[한마당-성기철] 수능 파이팅
입력 2013-11-06 17:33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단위 대학입학시험은 1955학년도에 실시된 ‘대학입학국가연합고사’다. 수험생들은 54년 8월 3∼5일 전국 5개 도시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생활(이상 필수)과 실업(선택) 시험을 쳤다. 교실 대신 운동장에 줄지어 앉아서 치르는 곳이 많아 조선시대 과거시험장을 연상케 했다. 대학 입학정원의 140%를 뽑는 자격시험이었으며, 여학생과 군 제대자는 면제받았다. 그러나 시험 관리가 부실하고 사회 저명 인사의 자녀가 다수 떨어져 논란이 일면서 한 해만 실시되고 폐지됐다.
국가 단위 시험은 60년대 초 ‘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란 이름으로 부활됐으나 금방 사라졌으며, 69학년도에 도입된 ‘대학입학예비고사’부터 정착이 됐다. 68년 말 실시된 첫 예비고사의 응시생은 11만명을 약간 웃돌았다.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함께 보는 바람에 입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전두환 군사정부는 82학년도부터 본고사를 폐지하고 예비고사를 ‘대학입학학력고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 시험은 지나치게 암기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것을 개선한 제도가 94학년도에 시작돼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다. 수능 응시생은 2000학년도에 86만여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2008학년도에 55만여명으로 최저점을 찍었으며, 올해(2014학년도) 응시생은 65만명이다.
수능 첫 만점자는 99학년도에 응시한 한성과학고 출신 오승은양. 국가 단위 대입시험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 과목 만점자가 나와 화제가 됐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다. 2000학년도에도 대원외국어고 박혜진양이 만점을 받았으며, 2001학년도에는 무려 66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이듬해부터는 등급제가 실시돼 만점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수능 시험일이다.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긴장되고 떨릴 수밖에 없는 날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하루를 맞이해야겠다. 만점과 1등급은 모든 수험생의 바람일 게다. 그러나 1등급이 있다면 당연히 9등급도 있는 법. 모두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수는 없다.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큰 실수 없이 평소 실력만 발휘하면 성공 아닐까. 전국이 흐리고 비 오는 곳도 있겠단다. 입동이어서인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따뜻하게 챙겨 입고 시험장에 나가야겠다.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 !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