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電은 성과급 잔치하고, 전기요금은 올리고

입력 2013-11-06 17:37

다음 달쯤 전기요금이 3∼4%가량 또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월 평균 4.0% 오른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이번 요금인상을 포함하면 최근 3년간 벌써 5번째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싸고 원가회수율이 90%에도 못 미쳐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전제돼야 할 조건들이 있다.

신조차 부러워할 직장이라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는 일이다. 한국전력과 자회사들의 부채규모는 95조원에 달한다. 과거 정권들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한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주인 없는 공기업이다 보니 과다한 복지혜택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국민 혈세를 펑펑 쓰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한전은 지난해에도 임직원들에게 2893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전과 산하 공기업들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외이사들까지 한 달에 수백만원씩 활동비 명목으로 모두 17억원이 넘는 수당을 지급했다. 그런가하면 원전비리에 연루돼 해임된 직원들까지 퇴직금을 챙겨주며 선심을 썼다. 올해도 국감에서 공기업의 방만경영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자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들은 마지못해 임직원 성과급을 반납하겠다고 시늉을 냈다. 민간기업 빚이 이 정도라면 벌써 임금삭감은 물론 대규모 인원감축이 이뤄졌을 것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국민 호주머니만 털어 공기업 적자를 메우려 한다면 국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현행 6단계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축소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현행 요금제에서는 최고구간인 6단계의 요금비율이 최저구간인 1단계의 11.7배에 달해 요금폭탄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누진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개발연대 시절 싸게 공급했던 산업용 전기요금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발전소의 잦은 고장과 원전비리까지 겹치면서 매년 전력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한테만 고통을 분담하라고 한다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