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보러 몰려든 팬 때문에… 공항 몸살
입력 2013-11-06 17:17 수정 2013-11-06 23:18
# ‘대세돌’로 불리는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찬열(22)은 지난달 25일 SBS ‘정글의 법칙 in 미크로네시아’ 편을 촬영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일부 팬은 비행기 표를 끊고 찬열을 따라가 그가 괌 공항에서 경유하는 모습까지 촬영했다. 찬열의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해외와 국내를 막론하고 촬영 허가를 받지 않은 보호구역 내부 촬영은 엄연한 보안 룰 위반 행위”라고 공항 관계자는 지적했다.
# 지난달 29일 김포공항. 일본 도쿄에서 열린 SM콘서트가 끝난 후 입국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1000여명의 팬이 몰렸다. 이날 입국한 그룹은 동방신기, 샤이니, 소녀시대 등 무려 10팀. 이른 아침부터 진을 친 팬들은 이들이 입국하자 일제히 일어나 입국 게이트로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다른 공항 이용객들은 출구를 돌아가거나 인파에 밀려 넘어지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요즘 연예인 팬클럽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가수의 콘서트장도, 방송국도 아닌 바로 공항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해외 출국 일정이 부쩍 늘자 덩달아 그들의 ‘공항패션’이 화제가 됐다. 이에 독특한 팬클럽 문화도 형성됐다. 스타들의 공항패션을 직접 보기 위해 팬들이 공항을 찾는 것이다. 유형도 다양하다. 해외로 출국하는 스타에게 선물을 쥐어주며 배웅하는 ‘엄마’ 형부터 출국하는 스타를 고가의 전문 장비로 촬영해 팬 사이트 등에 올리는 ‘자료실’ 형까지.
심지어 스타의 해외 일정에 동행하는 ‘사생팬’(스타의 사생활까지 일일이 쫓아다니는 팬)들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타는 비행기를 함께 예매하는 것은 요즘 사생팬에게는 기본. 이들은 스타와 함께 출국하며 면세구역에서 스타의 일상을 찍어 다른 팬들과 ‘공유’한다. 심지어 잠자는 스타를 비행기 내에서 몰래 촬영하는 팬도 있다. 이러한 팬 문화가 점점 과도해지며 공항 관계자들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항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구역인 만큼 보안도 엄격하다. 보안 문제로 인천공항 내부는 촬영이 금지돼 있지만, 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스타를 따라다니는 ‘카메라 부대’는 이제 흔한 광경이다. 인천공항 보안 관계자는 5일 “개인적인 기념 촬영까지 일일이 제지할 수는 없지만 팬들이 촬영하는 스타의 사진은 외부 배포가 주 목적”이라며 “엄격히 제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