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나선 가수 김진호 “성공했지만 거리서 노래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

입력 2013-11-06 17:17 수정 2013-11-06 23:16


가수 김진호(27)의 행보는 특별했다. 2004년 보컬그룹 SG워너비(멤버 김용준, 이석훈, 김진호)로 데뷔한 그는 2005년과 2007년,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2011년까지 정규앨범만 7장을 발매했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월 솔로로 나서며 화려한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가로등 불빛을 택했다.

그는 서울 대학로, 홍대, 부산 해운대에서 버스킹(거리에서 무료로 노래하는 것)을 했고 전국의 학교와 병원을 돌면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연료를 받지 않고 무대에 섰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과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사연을 찾아 한 달에 10여 곳을 방문해 그들을 만나고 있다. ‘SG워너비 전성기 때만큼 바쁘다’면서도 에너지가 넘쳤던 그를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났다.

“지쳤었어요. 힘 있는 기획사에 있으면서 쉽게 성공했지만 인기가 생기니 알맹이 없이 포장지만 화려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노래하게 됐어요. 기획사의 힘이 좋다는 것은 여전히 실감하지만 이렇게 노래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솔직하게 노래하니까요.”

그의 ‘재능기부’ 공연은 학교 축제에 서는 유명 연예인들에게 거액의 학생 등록금이 사용된다는 보도를 접한 9월 초부터 시작됐다. 그는 고등학교 축제 같은 작은 무대부터 대학 축제, 병원이나 길거리에서도 노래를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어디에서 노래한다는 내용을 올리면 대중들이 몰려들었다.

“보이는 것을 잡으려고 삶을 맞춰가다 불행해지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봤어요. 대중가수는 사실 내 값어치를 금액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관중들에게 진심어린 반응을 얻으면서 채워지는 것 같아요. 돈은 채워지지 않지만 그와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 채워지고 있거든요. 이 활동이 가수 인생에 있어 ‘재테크’가 될 거라고 확신해요.”

그는 자신의 일을 도와주는 친한 형과 단둘이 공연을 다닌다. 스타일리스트도 없어서 언제나 비슷한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는 정도지만 “이게 진짜 제 모습”이라며 웃는다.

그는 ‘재능기부’ 공연을 할 때도 희망보단 위로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부상으로 운동선수의 꿈을 접을 당시 음악으로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 그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 노래를 시작했는데 이제야 그 마음을 지켜 노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맨살’을 드러내 함께 울어주려고 해요. 그래서 병원에서도 ‘살다가’를 부르고요(웃음).”

그는 상업적인 무대에선 몸값을 톡톡히 받아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수 인생을 이어가는 동안 학교나 병원, 거리에선 계속적으로 무료 공연을 열 계획이다.

“최근 멤버 용준 형이랑 얘기한 적이 있어요. ‘내가 이런 길을 가고 있으니 예전 SG워너비 때처럼 대중성을 추구하는 노래만 하긴 어렵겠다’고요. 대중성의 의미를 많이 고민하면서 SG워너비로도 멋진 모습 보여드릴 거예요. 매일 스케줄을 마치면 하루에 3시간 정도씩 SNS로 팬들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읽고 답장하다가 잠들어요. 내가 좋고 재밌어서 하는 건데 제 노래를 통해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내용을 읽을 때면 제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감사하게 돼요.”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후 그는 지난 3월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제목은 앨범 제목과 같은 ‘오늘’. 그 때의 마음을 이어 그는 오는 16일 부산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소박한 연출에 마음껏 노래를 듣고 실컷 위로받을 수 있는, 목소리에만 의지하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솔로 음반 수록곡과 SG워너비 노래는 물론, 김광석, 김현식, 유재하 선배님의 노래도 불러요. ‘내 사랑 내 곁에’,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런 노래야말로 가수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 메시지로 세상에 울림을 줄 수 있는 노래이거든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