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44)] 세계교회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다
입력 2013-11-06 17:03
한국Y, WCC 마당 워크숍 진행
11월 25일은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이다. 2010년 여성가족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폭력 피해자 사건은 122만건으로 추정되지만 폭력 피해자 사건 신고는 1만여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가정폭력 관련법에 대한 제한된 인식으로 피해자의 3분의 1만이 이 법에 대해 알고 있었고, 수입이 적고 교육 수준이 낮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한국사회가 폭력에 대해 관대하며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성폭력 생존자에 대한 편견이 팽배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YWCA와 한국YWCA는 젊은 여성들과 소녀들을 포함한 모든 여성들에 대한 폭력 추방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등 폭력 생존자들의 삶과 존엄성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에서 한국Y는 이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뤘다. 지난 4일 ‘여성폭력 추방을 위한 크리스천의 역할’을 주제로 마당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피해자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하나님 나라를 해체하는 범죄라고 분명히 밝혔다.
여성 신학자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안에서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하는 여성 폭력의 다양한 형태를 고발했다. 여성에 대한 가시적인 폭력 외에도 여성이란 이유로 삶의 여러 과정과 국면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불가시적인 폭력을 지적했다. 또 동일하게 노동을 해도 여성 노동의 임금으로서의 가치가 여전히 남성 노동의 65%로 저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Y 나랏자이 굼본즈반다 사무총장은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의 문제를 인권과 존엄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폭력 예방과 그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은 인권을 보호하는 신성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굼본즈반다 사무총장은 짐바브웨 인권변호사로 20년간 활동하며 가족 내 성폭력 문제, 아프리카 여성과 아동에 대한 강제 조기 결혼, 여성 성기 절제 반대운동 등을 벌여왔다. 여성폭력 추방운동은 세계Y가 160년 전 YWCA 창설 이래 가장 우선적으로 벌여온 주창이다.
아직도 매해 아프리카 어린이 중 1만4000명이 강압에 의해 폭력적으로 성을 경험한다. 매년 6000만명 이상의 소녀들은 가난으로 인해 18세가 되기 전 강제 조기 결혼으로 교육 기회와 건강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굼본즈반다 사무총장은 “소녀의 강제 조기 결혼은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소녀들에게 하나님의 정의와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가정폭력과 가족 내 성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함으로써 여성들의 안전과 회복, 경제적 자립을 위한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한국여성의전화는 83년 매 맞는 여성을 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매 맞는 아내를 위한 최초의 쉼터를 87년 설립했다. 가정폭력 방지 방안과 처벌 관련 법규정이 97년 도입됐다. 이후로 지난해까지 긴급 쉼터와 긴급 상담전화는 17개, 성폭력 및 가정폭력 상담소 405개, 쉼터 84개, 결혼이주여성 쉼터 26개, 결혼이주여성 긴급 상담전화는 7개로 급증했다.
대만의 장영기독교대학교 왕이팅 학생은 여성폭력 추방을 위한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냈다.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아 4:7)란 말씀을 인용한 이 학생은 “여성은 얌전하고 예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식으로 세상이 이름 지어준 ‘미’의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스스로의 삶을 용기 있게 개척해 나가자”고 외쳤다.
이주영(한국YWCA연합회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