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구멍 난 복음 vs 온전한 복음

입력 2013-11-06 17:02


누가복음 16장19∼31절

복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사회도 그렇지만 교회도 분열돼 있습니다. 분열의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렇게 합니다. 복음대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것이 분열의 이유가 된다니 역설적입니다.

지난해 겨울, 피부가 건조해져 보디로션을 매번 발랐습니다. 한번은 샤워 뒤 보디로션이 떨어져 아내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새 보디로션은 촉촉하고 끈적끈적하고 향도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향기를 맡으며 지낸 뒤 집에 와 샤워를 하는데, 몸에서 거품이 났습니다. 보디로션이 아니라 보디샴푸였던 것입니다. 보디로션과 보디샴푸가 비슷하듯이, 우리도 복음 앞에서 선과 악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향기와 역할이 다를 뿐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할 것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일입니다.

미국 월드비전의 리처드 스턴스 회장은 잘 나가는 성공한 기업인이었습니다. 한 직원으로 시작해 레녹스라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로 큰 집과 좋은 차, 순종적이며 착한 자녀와 함께 행복했습니다. 어느 날 월드비전의 회장을 찾는 헤드헌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는 남의 부탁을 거절할 때 하는 흔히 하는 말을 합니다. “기도해 보겠습니다.” 막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헤드헌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만 더 여쭤 보겠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마음을 열어 놓고 계십니까?”

오늘 성경 본문은 우리가 잘 아는 거지 나사로와 부자의 이야기입니다. 본문 어디에도 나사로는 선행을 했고 부자는 악행을 했다는 표현이 없습니다. 단지 부자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렸다고만 합니다. 죄의 경계를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바로 곁에 거지 나사로를 두고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던 것입니다.

스턴스에게 짐 월리스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트리니티 신학교를 다니던 시절 실험을 했답니다. 성경 66권에서 ‘가난’ ‘부’ ‘정의’ ‘억압’을 다루는 대목과 구절마다 밑줄을 치고, 동료 중의 하나는 가위를 가지고 와서 그 구절을 모두 잘라 냈답니다. 모두 2000개가 넘는 성경구절이 잘려나갔습니다. 성경은 구멍이 난 채로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우리가 가진 복음은 온전한 복음입니까, 아니면 구멍 난 복음입니까. 미국 아이들은 동전던지기 놀이를 하는데요, 앞면이 나오면 왼쪽, 뒷면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정하고 동전이 떨어지는 대로 가는 겁니다. 한두 시간 그 놀이를 하면 아이들은 처음엔 생각도 못했던 곳에 있게 됩니다. 온전한 복음을 산다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을 지시하시는 그분의 명령에 따라 흥미진진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분의 명령을 따라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결정하면, 5년이나 10년 뒤 우리는 지금 상상도 못했던 삶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내 계획대로만 간다면 참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계획이 틀어질 때에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삶에 늘 선하고 옳은 길을 보여주시기에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다고 고백하며 순종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내 기도가 이뤄졌다는 간증보다, 하나님 앞에 내 뜻을 꺾었다는 간증이 더 많아질 때 이 땅에 온전한 복음이 이뤄지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것으로 믿습니다.

김병삼 목사 (만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