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고려대 강연 "대학생은 역사와 국민에 책임 있다"
입력 2013-11-06 08:57
[쿠키 사회] “여러분은 소학생이 아니라 대학생입니다. 적당히 살고 돈 벌려고만 한다면 대학에 올 필요가 없습니다. 대학생은 시대와 역사와 국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대학생들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글 읽는 사람의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은 지난해부터 고려대가 진행하는 ‘유니버시티 플러스’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박 시장은 강연장에 모인 대학생 250여명에게 “적게 버리면 적게 얻고 많이 버리면 많이 얻고 모든 것을 버리면 세상을 다 얻는다”며 “고통 받는 이웃,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큰 꿈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반드시 위인의 길을 걸으라는 건 아니다. 즐겁고 신나는 길을 갔으면 한다”며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사회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사와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시민운동에 투신한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시정 활동 중 재미난 에피소드도 전했다. 지난해 4월 한 버스노동자가 박 시장 트위터에 ‘임금 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남겼는데 그가 4일 만에 ‘체불 임금이 어제 입금됐다. 이렇게 빨리 해결될지 몰랐다’는 트윗을 다시 보냈다는 얘기였다. 박 시장은 “서울시 행정이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며 “아마 서울시 공무원은 죽어나갈 거다. 삼가 애도를 표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강연을 마칠 즈음 박 시장은 조선 말기의 우국지사 매천 황현(1855~1910) 선생의 ‘절명시(絶命詩)’를 인용했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 체결을 통탄하며 남긴 이 글에서 박 시장은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다’는 구절을 특히 강조했다. 박 시장은 “오늘 여기 모인 사람은 국가와 사회, 동시대에 책임이 있다. 나와 함께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 한 학생이 어떤 글을 읽는 것이 좋겠느냐고 묻자 박 시장은 “어떤 글을 읽든 비판적 사고와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원동력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남이 가는 길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재밌고 신날뿐더러 집중력도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