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매코믹 박사, “영어학습에 2만시간 쏟아붓는 한국 암기·문법 위주… 능력지수 6년째 정체”

입력 2013-11-05 19:46


글로벌 교육기업 EF 수석 부사장

“한국의 영어능력지수는 정체돼 있습니다.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이 제한돼 있고 여전히 암기와 문법 위주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교육기업 EF 에듀케이션 퍼스트(이하 EF)는 5일 세계 각국의 영어 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인 EF 영어능력지수(EPI)를 발표했다. 지난해 1년 동안 60개국의 18∼50세 일반인 75만명을 대상으로 무료 테스트를 실시해 분석한 것이다. 한국은 60개국 중 24위로 ‘보통’ 등급에 머물렀다.

EF의 수석 부사장 크리스토퍼 매코믹 박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EPI 조사가 시작된 이래 한국은 6년째 영어능력지수의 변화가 거의 없다”며 “공교육과 사교육을 합쳐 평균 2만 시간을 영어학습에 투자하고 있지만 성과가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코믹 박사는 “매년 EPI 평가에서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국가처럼 꾸준히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교육에 원어민 교사들이 투입됐다가 최근 오히려 숫자가 줄어든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며 “의사소통 능력에 주안점을 둔 공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평가와 관련해서도 매코믹 박사는 “얼마나 (영어를) 아느냐를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영어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시험이 바뀌어야 영어교육의 변화 혹은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험이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교육방법도 변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어와 문법 등 전반적인 영어 실력은 보통 이상이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수준 이하인 한국 영어교육의 현실에 대한 충고인 셈이다.

EF가 발표한 EPI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우수’나 ‘양호’ 등급을 받았고 중남미와 중동 국가들이 가장 등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6위, 중국은 34위였다. 아시아 국가 중 인도네시아(25위)와 베트남(28위)은 가장 빠르게 영어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국가로 꼽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