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쌀 산업] 쌀 직불금 올려줘봐야 소수 기업농에만 혜택
입력 2013-11-05 18:35
쌀 직불금 제도는 2005년 수매제가 폐지되면서 쌀 농가 소득안정 방안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부당 수령을 막기 위해 실경작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등 개선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전체 농가의 절반이 넘는 영세농들의 소득이 원천적으로 낮은 데 대한 대책은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농지 면적에 비례한 지급체계가 기업농에게만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5일 “경지규모가 큰 대농에게 직불금 혜택이 집중돼 계층 간 갈등발생 우려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선책 마련은 그동안 미뤄져 왔다. 이명박정부에서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세농보다는 기업농 위주 정책을 수립하다보니 직불금 제도에 따른 소득불균형 문제를 눈감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쌀농사를 짓는 영세·고령농의 소득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40대 농가의 쌀 소득은 2005년 평균 754만원에서 2011년 838만원으로 11.2% 증가했지만 70대 이상 고령농은 같은 기간 410만원에서 403만원으로 오히려 1.7% 줄었다. 50·60대 쌀 농가도 평균소득이 늘었지만 70대 고령농만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주로 농지를 임차해 쌀농사를 짓는 영세농들이 고정 직불금을 받아 이 중 일부를 땅주인에게 상납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농협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실경작자가 직불금을 받도록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그래서 영세농들은 고정 직불금보다는 변동 직불금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직불금 제도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영세농들의 실질적인 소득보전을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캐나다처럼 농가단위로 저축계정을 만들어 농가와 정부가 적립금을 나눠 불입한 뒤 소득이 감소할 경우 이를 통해 보완하는 ‘농가단위 소득안정제’가 하나의 대안이다.
유럽연합은 직불금 예산의 30%를 환경기여금으로 조성해 생산량과 관계없이 농가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부터 소득의 구조적 하락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농가별 소득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우리와 달리 농가 간 형평성 제고를 기치로 내걸고 개별 농가의 소득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태곤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쌀 직불금제도 틀에서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쌀을 다른 품목의 직불금제도와 연동시키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