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무너진 교회 새로 지을 수도 마음 놓고 기도할 수도 없어요”

입력 2013-11-05 18:29 수정 2013-11-05 18:55


키프로스 청년 총대 소냐 조바니씨 한국교회 지원 호소

청년 총대(총회 대표) 자격으로 WCC 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21세인 소냐 조바니(Sonia Tziovanni·사진)씨의 바람은 소박했지만 절실했다. 그는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나고 자란 마을(북키프로스)의 예배당에서 자유롭게 기도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10분의 1 정도 넓이인 키프로스는 지중해서 세 번째 큰 섬이다. 그리스 정교를 믿는 남쪽의 ‘키프로스 공화국’과 이슬람을 신봉하는 ‘북키프로스’로 나눠져 있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남북으로 분단돼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상황과 비슷하다.

소냐가 전하는 북키프로스 교회의 현실은 참담했다. 지난달 30일 WCC 총회 개막식 대담자로 나섰던 그는 북키프로스 교회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의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신앙을 숨기고 살아야만 한다”고 전했다. 사진 속 교회는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교회 본당에서 가축을 기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곳에서는 공개적으로 기도할 수 없고, 낡은 교회를 새로 지을 수도 없다.

키프로스의 국경 도시들은 통일 전 독일의 베를린처럼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도인 니코시아에서 차로 남쪽으로 20분 거리인 파마구스타시에 있는 그의 집 창문에서는 북키프로스 무슬림의 주택과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가 가깝게 보인다. “매일 새벽 4시 이슬람 사원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깬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키프로스정교회로부터 WCC 중앙위원으로 일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소냐는 “키프로스 분단의 현실을 세계교회에 알리는 동시에 교회를 떠난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새로운 시선으로 WCC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분단의 경험을 공유한 한국교회가 키프로스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선다면 한반도 평화통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도와 함께 많은 지원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부산=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