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청 의혹 해명하라” 정부, 이틀새 세 번 요구

입력 2013-11-05 18:29 수정 2013-11-05 22:34

정부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한국을 주요정보 수집대상 국가로 포함시켜 무차별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미국 측에 깊은 우려와 함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5일 밝혔다.

정부는 NYT의 관련 보도 직후인 3일 워싱턴의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미국 국무부에 직접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4일에도 주미대사관, 외교부 본부를 통해 미국 측에 같은 내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틀 사이 모두 3차례 해명 요구가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특히 이번 NYT 보도가 미국 NSA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문건을 바탕으로 이뤄진 만큼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례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보도는 문건을 토대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정부가 미국 정부에 대해 납득 가능한 설명과 이후 조치 상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사항은 정부가 지난 10월 35개국 정상들에 대한 도·감청 의혹, 7월 주미한국대사관 도청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고 답변해왔던 것에 비해 한층 톤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관련 문건 중에 2급 군사비밀인 ‘작계 5027’에 대한 평가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엄중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우선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 그에 맞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NYT는 미국 NSA가 외교정책, 정보기관 활동 등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미국 이익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초점지역’으로 분류하고 미국 공관 등에 특별정보수집부를 설치해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입수한 문건은 ‘미국 시긴트(SIGINT) 시스템 2007년 1월 전략 임무 리스트’라는 제목의 비밀보고서다. 이 문건은 작성일인 2007년 1월부터 12∼18개월간 임무를 담고 있는데, 이 시점은 노무현정부 말기와 이명박정부 초기에 해당한다. 당시 한·미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6자회담, 전시작전통제권 등 민감한 현안들이 있었다. 문건에는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기 전 도·감청 등을 통해 반 총장의 예상발언 요지를 미리 빼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