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최고 예우 받으며 타고 버킹엄궁으로…

입력 2013-11-06 05:03

박근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국 왕실로부터 최고의 의전과 예우를 받으며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입성했다.

오전 10시30분쯤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최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숙소 호텔을 나섰다. 여왕은 박 대통령을 위해 ‘영예 수행 왕실 의전관’으로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앤드루 왕자와 승용차에 동승한 뒤 버킹엄궁에서 1㎞ 떨어진 근위기병대 연병장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으로 이동했다. 말 그대로 말을 탄 근위대 교대식이 열리는 곳으로, 왕실이 초청한 모든 국빈이 버킹엄궁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열병식 동안 런던 도심의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선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박 대통령은 의장대장이 한국어로 ‘열병 준비’를 알리자 이에 맞춰 100명 규모의 의장대를 사열했고, 기병대장 안내로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와 황금 왕실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들어섰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부군인 필립 공과 함께 마차에 동승했다. 대영제국의 오랜 전통에 따라 행한 환영식은 최대의 의전 하이라이트였다.

1800년대 호주가 여왕에게 선물해 ‘오스트렐리안 스테이츠 코치(Australian States Coach)’라 이름 붙여진 이 마차는 황금색에 백마 6마리가 끌었다. 보통 국빈으로 초청된 외국 정상은 배우자와 마차에 오르고 여왕 내외는 다른 마차에 타지만, 이날은 박 대통령이 미혼인 점을 배려해 함께 탔다.

우리 측 공식수행원들은 나비넥타이와 턱시도 또는 연미복 차림으로 다른 마차에 나눠 타고 박 대통령 뒤를 따랐다. 런던의 한복판 도심을 박 대통령 일행의 마차 행렬이 수를 놓았다.

버킹엄궁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여왕 주최 오찬에 참석하고, 선물·훈장·소장품을 관람했다. 이 자리엔 여왕과 찰스 왕세자 내외만 뺀 왕실 일가가 동행했다. 앤드루 왕자와 앤 공주, 에드워드 왕자(웨섹스 백작) 내외와 사촌인 리처드 알렉산더 월터 조지 글로스터 공작 등이었다.

박 대통령은 오찬 뒤 영국 국방부 옆 임뱅크먼트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에서 윌리엄 왕세손(케임브리지 공작)과 영국군 관계자, 참전용사들과 함께했다.

다시 버킹엄궁 연회장으로 온 박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 참여했다. 여왕은 박 대통령 동선에 맞춰 자신이 엄선한 한국 관련 소장품을 특별 전시했다. 메뉴와 식기도 특별히 박 대통령만을 위해 선정했다고 알려졌다.

영국은 우방 국가원수에게 최고의 격식을 갖춰 국빈을 초청한다. 회수조차 상·하반기 한 번씩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위 61년 동안 국빈 초청을 받은 나라는 59개국에 불과하다. 미국도 국빈 방문 예우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이 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9년 만에 이뤄진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한 나라가 10년 새 두 번이나 국빈 초대를 받는 이례적인 케이스다. 영국 왕실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올 초 스콧 와이트먼 주한대사를 통해 조기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