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청년 기독인, 하나님 말씀에 집중토록 인도해야”

입력 2013-11-05 18:23 수정 2013-11-05 10:03


프랑스 ‘떼제공동체’ 유일한 한국인 수사 신한열

프랑스 동쪽의 작은 마을에 있는 ‘떼제공동체’에는 연간 10만여명의 크리스천 청년들이 전 세계에서 찾아와 1주일에서 1년여간 머무르며 기도한다. 이 공동체는 1940년 개신교의 개혁교회 출신인 로제 수사(修士)가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교파를 초월한 크리스천들이 한곳에 머무르며 오직 성경말씀을 붙드는 데 집중하는 기도원과 비슷한 곳이다.

한국교회에선 최근 청년 그리스도인들이 줄고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이 공동체를 찾는 청년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5일 오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엄에서 떼제공동체 신한열(51) 수사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떼제공동체의 유일한 한국인 수사인 그는 부산총회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기 위해 방한했고 이날 전체회의의 마무리 예배를 인도했다.

신 수사는 “떼제공동체에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또래들과 함께 생활하며 오직 하나님 말씀에만 집중하며 교류하고 조용히 예배를 드릴 수 있어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떼제공동체의 예배는 기존 교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루 세 차례 드려지는 기도회는 찬송가 합창, 성경말씀 읽기, 침묵 기도로 구성된다. 예배를 인도하는 수사들이 설교를 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아침 예배를 드리기 전 성경공부를 하는 시간에 성경말씀을 설명한다. 신 수사는 “시끄러운 전자악기 소리가 아니라 은은하게 울리는 클래식 기타 소리를 들으며 찬양하고 기도하며 묵상한다”고 설명했다.

신 수사는 1988년 떼제공동체에 들어갔다가 2년 뒤 수사로 입회했다. 현재 100여명의 수사 중 70여명은 떼제공동체에서, 30여명은 브라질 방글라데시 케냐 세네갈 등에서 현지 공동체를 섬긴다. 초기의 수사들은 모두 개신교인이었으나 69년부터 가톨릭신자들도 입회했다. 수사 중 절반은 개신교, 나머지는 가톨릭신자 출신이다. “프랑스어로 수도자(moine)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승려를 가리킬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청년들은 저를 그냥 형제(frere)라고 합니다. 좀 친한 청년들은 ‘한열 형제’라고 부르죠.”

신 수사는 이번 WCC 총회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찢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총회 개막식이 열리는 날,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멀리서 ‘사탄’이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와 이 상황을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 몰라 몹시 난처했다고도 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면 견해차가 있더라도 서로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각자는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큰 원과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가까워질수록 그 중심에 가까워지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부산=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