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서민금융 1호 공약인 국민행복기금 신청자 가운데 상습적 연체, 은닉재산 발견으로 수혜 대상에서 중도 탈락한 이가 76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자활 의지가 있는 성실 상환자만을 대상으로 채무탕감을 시행, 재기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5일 국민행복기금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해 월별 채무상환을 약정한 11만6889명 가운데 기금 지원이 중도에 무효 처리된 사람은 7595명(6.5%)에 달했다. 분할상환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해 기금 지원에서 중도 탈락한 사례가 7561명, 재산이 없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가 은닉재산이 적발돼 강제 취소된 사례가 33명이었다. 3개월 이상 연체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지난 8월 이후 신청자, 분기별 상환이나 일정기간 상환 유예를 약정한 신청자는 중간집계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 7595명의 채무액은 면제받은 원금은 물론 연체이자와 기타 법적 비용을 포함해 그대로 부활하게 됐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자의 대출이자, 연체이자는 물론 대출 원금의 30∼50%까지도 최장 10년에 걸쳐 없애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은닉재산이 발견되거나 3개월 이상 상습적인 연체가 감지되면 즉시 기금 지원이 중단된다. 국민행복기금은 후속 조치로 지원이 중단된 신청자와 채무관계자들에게 ‘기한이익상실’(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채권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사실과 잔여채무액 상환 의무를 통지한다.
국민행복기금은 파격적인 시스템 때문에 출범 전부터 공약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거셌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성실 상환자만 지원하는 방식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었다. 국토교통부의 지적전산자료 등을 활용해 채무조정 신청자들의 은닉재산을 적극적으로 확인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장 후보 시절부터 “국민행복기금이 ‘공짜 점심’이 되지 않도록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민행복기금 탈락자들의 연체가 고의적인 것인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한 개인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 신청자들은 워낙 소득이 적은 데다 경기침체도 지속됐기 때문에 상환의지와 무관하게 연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약정 체결자 13만5188명(지난 8월 이후 신청자 포함)의 평균 연소득은 484만1000원, 평균 채무금액은 1146만9000원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은 9.8%다.
금융당국은 실직·질병으로 상환이 곤란한 채무자들에게는 최장 2년간 채무상환을 유예해 주고, 상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이들에게는 개인회생 등을 안내하고 있다. 지원자들의 상환능력을 높이기 위해 고용노동부 등과 연계해 취업·창업 지원도 실시한다. 창업 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중소기업청의 ‘희망컨설팅 사업’을 통해 경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행복기금은 공짜점심 아니야”… 얌체신청 7595명 ‘OUT’
입력 2013-11-06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