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獨 메르켈 총리 관저 앞 도청시설 운영”

입력 2013-11-05 18:13 수정 2013-11-05 22:43

‘미국 도청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영국도 독일 베를린 주재 대사관에서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4일(현지시간) 영국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베를린에 있는 독일 연방의회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 관저 바로 앞에서 도청시설을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유출한 문서에 따른 것이다.

신문은 미국이 베를린 대사관 내 도청시설을 폐쇄하고 나서도 영국은 계속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GCHQ는 대사관 지붕에 있는 고성능 장비를 이용해 도청했다. 도청 시설은 베를린 주재 영국 대사관이 2000년 문을 연 이래 계속 있던 흰색 원통형 텐트 같은 구조물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구조물은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GCHQ가 냉전시절 독일과 소련의 통신을 가로채려고 서베를린에서 운영한 도청 시설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대사관 내부에 있는 장비를 이용하면 총리 관저 등 주변에 있는 정부 건물을 포함해 베를린 전역의 휴대전화 통화와 와이파이 망을 오가는 데이터, 장거리 통신 등을 빼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디펜던트는 영국이 유럽연합(EU) 동맹국 수도인 베를린에서 도청 시설을 운영했다는 의혹 때문에 영국과 독일 간 관계가 시험에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녹색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이면서 사생활과 정보보호 운동가인 얀 알브레히트는 “영국 정부는 GCHQ의 유럽 내 활동을 해명하라는 EU의 요구에 대해 국가안보 이익과 관련한 활동은 언급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며 “이는 유럽 협력 정신에 위배된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인디펜던트의 질의를 받고는 첩보 관련 답변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