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든 도시 베이징 2제] 심각한 스모그 때문에… 폐암 사망 9년새 56% 급증
입력 2013-11-05 18:13 수정 2013-11-05 22:43
독(毒)스모그로 인해 베이징의 폐암 사망자 수가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56%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베이징 보건당국 발표를 인용해 “전체 암 환자 가운데 5분의 1이 폐암 환자”라며 이같이 전했다. 남성 암 환자 가운데 폐암이 가장 많고 여성은 유방암 다음으로 폐암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장쑤(江蘇)성에 사는 8세 여자아이가 폐암에 걸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여아는 중국에서 발생한 최연소 폐암 환자다. 장쑤성 암센터 의사 펑둥제는 여아가 번화한 길가에 살면서 온갖 종류의 미세먼지를 들이마셨기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펑둥제는 특히 초미세먼지 PM2.5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인자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무원 직속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4일 스모그가 사망률을 높이고 생식능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인체 면역체계도 변화시킨다는 ‘기후변화녹색보고서 2013’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직접 인체에 대한 스모그 위험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스모그는 주민들의 건강문제 외에 치안과 국가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SCMP는 스모그가 자욱하게 깔린 날에는 전국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제 기능을 못한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이 짙은 스모그가 발생하는 날을 골라 테러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스모그는 거의 벽돌 수준으로 빛을 차단해 보통 카메라는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자연과학기금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최근 민간과 군 연구팀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자금을 지원하면서 4년 안에 해결책을 찾도록 촉구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