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농 687만원 받는데 영세농은 32만원… 단단히 잘못된 쌀 직불금 제도

입력 2013-11-06 05:43
상위 2%에 불과한 기업농들이 영세농보다 20배 이상 많은 쌀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불금이 농지 면적에 따라 정률적으로 지급되면서 농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12년 쌀 고정 직불금 지급대상 면적 규모별 현황’에 따르면 전국 논 보유 77만307농가 중 1㏊ 미만 농지를 소유한 52만566가구(67.6%)에 돌아간 직불금은 1667억2400만원이었다. 가구당 32만원 꼴로 지난해 지급된 고정 직불금 총액 6078억2200만원의 27.4%에 불과했다. 반면 쌀 농가 중 2%에 해당하는 6㏊ 이상을 소유한 기업농 1만5305가구는 1050억9400만원(17.3%)을 수령해 가구당 687만원씩 가져갔다. 농가의 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쌀 고정 직불금은 농가 소득에 관계없이 ㏊당 80만원씩 지급되고 있다.

모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단위면적당 생산비가 더 드는 영세농과 대량 생산에 따른 생산비 감축 효과가 있는 기업농이 아무런 차별 없이 지급되다 보니 직불금 제도가 오히려 농가 소득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쌀 목표가격 인상이 이뤄져도 영세농보다 소수의 기업농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쌀 목표가격에 연동해 지급되는 변동직불금은 지난해 발동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지급되지 않았다.

세종=이성규 기자, 선정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