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심판 청구] 北 대남전술과 활동 같아 자유민주체제 위해 세력 판단

입력 2013-11-05 18:02 수정 2013-11-05 22:29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심판청구는 법무부가 지난 9월 6일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법무부는 통진당을 태생부터 인적 구성, 강령, 활동까지 총체적으로 북한과 연계한 사실상 ‘종북’ 집단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지지세력을 갖춘 정당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북한과의 연계성=법무부는 통진당이 주요 사건마다 북한의 지령을 받고 행동했다고 분석했다. 법무부는 통진당이 북한 지령에 따라 김일성 사상을 도입하기 위해 최고 이념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왕재산’ 간첩단 사건 때 확보한 문건이 근거다.

북한은 2011년 2월 왕재산에게 “민주노동당 정책부서를 장악토록 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진보정당) 합당 과정에서 관철시키되 표현을 그대로 견지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경우 자주·평등·반전평화·민주적 변혁 등의 내용이라도 기어이 관철하라”는 지령을 보냈다.

통진당의 전신인 민노당은 실제 합당을 추진하던 2011년 6월 19일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건설한다.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지향한다’는 내용의 강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무부는 통진당 조직 구성도 북한의 지령을 통해 이뤄졌다고 봤다. ‘서울모임 발전시켜 서울시당 장악(2005년 8월)’ ‘당직선거 시 정책위원회 완전 장악(2005년 12월)’ ‘민노당을 중심으로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3당 합당 추진(2011년 2월)’ ‘민주당 등 개혁 정당들과의 연대를 더 잘해 다음 해 총선 준비 추진(2011년 5월)’ 등의 왕재산 지령을 근거로 댔다.

특히 북한을 추종하는 경기동부연합 출신의 주사파 NL계열이 민노당을 기반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2차례 분당과 합당 과정을 거쳐 진보당 탄생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게 법무부의 시각이다. 정점식 TF 팀장은 “통진당은 당과 관련한 중요한 순간마다 북한의 지령이 하달되고 실행됐다”며 “진보를 가장한 자유민주체제 위해 세력”이라고 말했다.

◇실질적 위험의 근거는 RO=법무부는 통진당이 ‘혁명 준비기’에는 반국가 활동을 통해 혁명 환경을 조성하고 ‘결정적 시기’에는 대한민국 전복을 시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강온양면’ 전술은 북한의 대남 전술과 일치한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이석기 의원 등이 내란음모·선동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통진당 위헌성을 증명하는 가장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법무부는 종북세력이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하는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를 결성한 뒤 반국가 활동 전력자를 대거 공천하거나 최고위원, 당 정책부서에 기용했다고 지적했다. 당 장악 후엔 일심회 간첩단 사건, 실천연대 사건 등 북한과 연계해 종북 이념을 전파하는 반국가 활동을 전개했다는 논리를 폈다. RO 조직원 80∼90%가 통진당원이고, 그중 32명이 도당이나 지역위원장 간부로 확인됐다고 한다.

민주적 의회제나 정당민주주의 부정 근거로 2011년 김선동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사건, 지난해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중앙위원회 집단폭력 사건 등을 제시했다. 통진당 내에서 이 의원을 지지·동조하는 세력이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는 만큼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심판 청구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말하면서 통진당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 전에 정당 해산을 청구한 것은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원 10만명 규모의 통진당과 140여명 규모의 RO 조직을 동일한 구성체로 판단하거나 RO 조직원이 아닌 통진당 당직자를 모두 ‘RO 비호·묵인 세력’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과도한 해석이라는 비판도 있다.

◇해산 필요성=법무부는 통진당이 정당법상 입당이 불가능한 미성년자 조직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과 연계하고, 당원 가입이 금지된 교사를 포섭해 교육 현장에서 편향된 성향의 주입식 교육을 펼 가능성이 있어 시급하게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통진당이 반국가 단체 활동가들을 계속 중용해 정치활동이 가능한 토대를 제공한 만큼 당원 개별적 처벌이나 국회 제명, 자격 심사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