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심판 청구] 獨 사회주의제국당 ‘나치즘’ 부활 내세우다 철퇴
입력 2013-11-05 18:03 수정 2013-11-05 22:29
국내에서는 헌정 사상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청구를 한 사례는 없다. 이승만정부가 1959년 당시 조봉암 선생이 이끌던 진보당을 강제 해산한 적은 있지만 행정청이 직권으로 내린 결정이라 이번 해산 청구와는 경우가 다르다.
‘진보’를 내세운 정당이 주로 해산된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주로 극우 정당이 당 해산이라는 치욕을 겪었다.
나치즘이라는 악몽을 겪은 독일은 정당 해산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나치즘의 부활을 내세우며 1949년 결성된 사회주의제국당(SRP)은 1952년 위헌 판결을 받고 해산됐다. SRP는 당 간부 대부분이 나치 당원이거나 히틀러소년단 출신이었다. 1919년 창당한 독일공산당(KPD)은 바이마르 공화국 붕괴 책임과 소련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1956년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 판결로 활동이 금지됐다.
1979년 창당한 자유독일노동당(FAP)도 노골적인 네오나치즘 노선을 추종하다 1995년 해산당했다. 당시 독일 연방 헌재는 “FAP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전복시키기 위한 조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터키도 정당 해산이 빈번한 국가다. 2009년 터키 헌법재판소는 민주사회당(DTP)이 쿠르드족 반군과 연계됐다는 혐의로 해산을 결정했다. 2001년엔 이슬람계 기반인 미덕당이 히잡을 쓰고 선서를 하려던 의원 때문에 결국 해산됐다. 터키 헌재는 1963년 설립 이래 20여 차례나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그리스에서는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이 현재 통합진보당과 매우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황금새벽당은 인종 차별과 외국인 노동자 추방 등 극우 정책으로 악명이 높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7%를 득표, 의석 18석을 차지하고 있는 원내 제3정당이다. 하지만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가수를 살해하고 범죄단체를 구성한 혐의로 당수가 체포되고 국가보조금이 끊긴 상태다. 그리스에서는 당 해산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