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 경호부대까지 불법 유통 약물 퍼졌다
입력 2013-11-06 05:25 수정 2013-11-06 12:29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불법 약물이 청와대 경호부대에까지 침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검찰이 기소한 불법 유통 의약품 브로커의 구입자 명단을 5일 국민일보가 분석한 결과 서울 삼청동 ○○헌병경호대 소속 A부사관이 지난 3월 19일부터 세 차례 총 6종의 약물을 부대로 직접 배송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방위사령부 산하인 이 부대는 대통령 경호·의전 등 청와대 경호의 제1선을 담당한다. 신체 조건이 우수하고 무술 사격 등 특기를 갖춘 인원을 선별해 배치한다.
A부사관은 윈스트롤, 클렌부테롤, 이퀴포이즈, 디아나볼 등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제제 4종을 구입했다. 근육 강화에 사용되는 대표적 약물이다. 천식 치료제로 쓰이는 클렌부테롤은 한 번 투여만으로도 맥박이 빨라지거나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어 국제 스포츠계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A부사관은 또 남성호르몬제인 서스펜션, 주로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항악성종양제 놀바덱스 등도 구입했다. 스테로이드 제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 가슴이 여성형 유방으로 변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를 다스리기 위해 섭취하는 약물이 유방암 및 당뇨병 치료제, 배란촉진제, 성장호르몬제 등이다.
그러나 유방암 치료제는 백내장, 망막위축, 폐색전증을, 당뇨병 치료제는 심각한 저혈당증을 초래할 수 있다.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역시 간암, 고환위축, 동맥경화, 심장기능·호르몬·지질대사 이상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A부사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7월 말 전역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하려고 네이버에서 검색해 구매했다”며 “판매자가 다이어트용 약품이라고 설명했고 주문하지 않은 약품도 끼워 보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부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심각성을 깊이 느끼고 있다”며 “부대 내 체력 검정 등에 이런 약물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어서 실태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부사관과 함께 충남 육군항공학교 장교교육대대와 강원도의 한 포병부대로도 디아나볼 등 단백동화 스테로이드제와 남성호르몬제, 항악성종양제 등이 배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비’란 필명으로 유명한 서울대 더블에스피트니스클럽 관장 박진만(40) 트레이너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 제제는 경찰·소방 공무원뿐 아니라 육군사관학교, 태릉선수촌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전수민 문동성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