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신한·우리銀 베이징 본사 가보니 “규제 첩첩… 만리장성 넘기 만만찮네”
입력 2013-11-05 17:58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은행들이 버거운 규제의 장막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국이 성장 잠재력이 큰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금융시장이 완벽하게 개방되지 않아 한국계 은행들이 이른 시일 내 중국 시장을 잠식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은 실정이다.
지난 1일 찾아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중국법인 본사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현대식 마천루에 입주해 있었다. 이들 은행의 베이징 영업점도 시설 면에서 서울 번화가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두 은행을 포함한 국내 주요 은행들은 1990년대 초·중반 중국에 지점을 낸 뒤 2007년부터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후 중국 전역으로 점포를 조금씩 늘려가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베이징에서 만난 한국계 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영업 관련 규제 때문에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수익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는 예대비(예금 대비 대출 비중)를 75%까지 낮추도록 한 규정이다. 중국은 현재 1년 기준 정기예금 금리가 3.3%, 일반대출 금리가 최소 6.0% 수준이어서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에서 오는 이익)이 큰 편이다. 공격적인 대출영업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지 금융당국이 유동성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2011년 말부터 대출을 예금의 75%까지만 하도록 제한하면서 한국계 은행들은 수익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계 등 외국은행이 규모를 급격히 키우는 것도 여의치 않다. 외국인 지분 규제로 인수합병(M&A)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덩치를 키우는 방법은 점포 확대밖에 없는데, 현지 금융당국은 외자은행 1곳당 1년에 1개 점포만 인가해주고 있다.
우리은행 중국법인 최만규 행장(법인장)은 “규제 상황을 보면 중국은 외자은행에 자기 시장을 내줄 의향이 현재까지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계 은행들은 현지인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영업이 주가 되고 있다. 한국인 밀집 지역에선 3∼4개 한국계 은행들이 모여 출혈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중국법인 조영식 부행장은 “여건상 현지인이 제 발로 한국계를 비롯한 외국은행에 찾아오기가 쉽지 않고, 현지 기업과 거래를 트려면 ‘관시(關係·친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부행장은 “우수한 현지직원 육성 등 현지화 노력을 통해 중국인 고객을 늘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