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휴대전화 강자 블랙베리 저물자… 삼성·애플, 기업 시장놓고 격돌 예고

입력 2013-11-05 17:57 수정 2013-11-05 22:49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업무용 휴대전화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 15만명인 보잉 임직원은 업무용 휴대전화로 블랙베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블랙베리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교체를 추진 중이다. 업무용 휴대전화의 생명은 보안과 지속적인 서비스인데 두 가지 모두 블랙베리가 보잉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애플, 노키아 등이 보잉을 새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직원들에게 블랙베리의 최신 운영체제로 업그레이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새 운영체제 지원을 블랙베리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업용 메시지 서비스가 제대로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경우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현상 유지를 하라는 얘기다.

그간 블랙베리를 사용하던 상당수 기업들도 블랙베리를 포기하고 다른 스마트폰으로 옮길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9월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기업들에 “앞으로 6개월 내에 블랙베리 말고 다른 대안을 찾아보라”며 블랙베리에 ‘사형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던 블랙베리는 돌연 이를 취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블랙베리가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10억 달러 정도의 전환사채를 캐나다 보험회사인 페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와 기관투자가들에게 매각할 계획이라고 5일 보도했다. 토르스텐 하인스 최고경영자(CEO)는 해임키로 했다. 독자생존 계획 발표에도 블랙베리의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떨어졌다. 시장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마트폰 양강 체제를 구축한 삼성전자와 애플은 기업용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앞세워 기업 및 정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개인용 휴대전화를 업무에도 활용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시장이 앞으로 기업용 휴대전화의 대세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BYOD 시장은 연평균 18.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개인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만큼 기업이 원하는 강력한 보안 기능을 더해 기업 시장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 스마트폰은 최고 성능과 가장 높은 보안 수준을 갖췄다”면서 “앞으로 금융, 제조, 항공 등 다양한 글로벌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보다 보안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iOS를 바탕으로 기업용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의원들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위한 맞춤형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보안상 이유로 각료회의 등에선 아이패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