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박진석] 진정성에 목마른 민심
입력 2013-11-05 17:49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지만 국정 지도자들이 온통 정치적 내전에 몰두하고 있는 듯해서 심히 안타깝다. 남북 정상회담 녹취록 공방, 국가정보원 심리전 팀의 대선개입 의혹, 채동욱 검찰총장의 도덕성 시비와 전격 사퇴 등은 청와대 국회 검찰에 이어 국정원까지 가세해 더욱 복잡하고 미묘해진 양상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출판된 ‘진정성의 힘(Authenticity)’이라는 책은 21세기에 소비자들이 진정성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할 때 외면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철학과 인문학의 주제가 될 법한 진정성이라는 문제가 기업 경영에까지 등장하게 된 것은 세계 시민의 정신적 트렌드가 ‘진정성’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진정성 역시 얼마든지 꼼수를 통해 조작되고 위장될 수 있다.
통 큰 정치 리더십이 필요한 때
그러나 이러한 ‘유사 진정성’은 얼마 못가서 거짓이 드러나게 되고 진실의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다. 제품과 기업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것보다 복잡 미묘한 정치·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분별하는 것은 훨씬 더 깊은 분별력과 통찰력을 요구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사회의 똑똑해진 소비자들처럼 국민들은 좀 더 지혜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일 프랑스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한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는 대답으로 결론을 맺었다. 재미있는 것은 박 대통령 역시 남북관계에서 진정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 역시 진정성이라는 것을 대통령을 포함한 국정 지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한국계 교수 로사 전의 ‘평판을 경영하라’는 책에는 기업의 평판을 관리하기 위한 5가지 키워드로 선(善) 흥(興) 능(能) 격(格) 권(權)을 제시하고 있다. 이 요소들을 대한민국에 적용한다면 가장 취약한 국가적 평판 요소는 선(善), 즉 진정성 요소일 것이다.
얼마 전 와병설로 인해 세계인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보여주었던 정치 리더십에 왜 남아공 국민들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열광하며 본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보여준 포용과 진정성의 통 큰 정치 리더십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은 진정성의 용기와 함께 그것을 냉혹한 현실에 구현하고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교회·성도가 진정성 사수해야
로마서 2장 16절은 모든 진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을 증언한다. “곧 나의 복음에 이른 바와 같이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은밀한 것을 심판하시는 그 날이라.” 언젠가 하나님의 때에 모든 사람들의 은밀한 것들, 어둠 속에 묻혀진 모든 것들이 빛 되신 하나님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의 보복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속여도 하나님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어둠의 일에는 열매가 없다. 당장에는 은폐함으로 비밀의 차원에 머무를지 모르지만 결국은 부패의 속성으로 인해 전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태복음 5장 14∼15절의 말씀은 이 세상에 진정성의 빛을 사수해야 할 사명이 교회와 성도에게 있다고 증언한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런 점에서 진정성을 상실해가는 우리 사회의 혼란과 어두움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권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된다.
박진석 기쁨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