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 의미 크다
입력 2013-11-05 17:50
헌재는 심리 서두르고 정치권은 침묵지켜 국론분열 막아야
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은 고뇌에 찬 결단으로 해석된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정당 해산과 해산심판 청구를 각각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실제로 청구안을 제출하는 데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의 심판청구 검토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한 단체와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통진당의 행태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이 두 달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내린 결정이기에 평가를 가볍게 해선 안 된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석기 의원 등이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를 받자 지난 9월 6일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리 검토를 시작했다. 각종 판례와 해외 사례 등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정당해산 심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판단에 따르면 당 강령 등에 비춰볼 때 통진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통진당의 핵심 세력인 RO(혁명조직)의 내란음모 등 주요 활동이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자체적으로 내란을 도모하고 북한의 대남 전복활동을 따르는 정당이 대한민국 헌법의 우산 아래 존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당의 통일강령이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노동자와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강령이 헌법의 근간인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는 법무부 판단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석기 의원을 포함한 RO 조직원들이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정당 해산심판 요건이 될 수 있다. 통진당이 소위 주사파라 불리는 민족해방 계열에 장악돼 세력 확대와 당권 장악을 위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왔다는 점도 사실이라면 국기를 위협하는 일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헌재 심판을 앞두고 이념적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는 논평을 내놓은 데 반해, 통진당은 헌법과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며 강력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엇갈리는 여론을 감안한 듯 어정쩡한 입장을 담은 논평을 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이 찬반 양론으로 쫙 갈라질 수도 있다. 자칫 국론분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헌재 입장에선 국내에 전례가 없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결론을 빨리 내지 않을 경우 사회적 분란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심리를 서둘러야겠다. 아울러 여야 정치권은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