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자회담 재개경로에 한국이 주축국 돼야

입력 2013-11-05 17:40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미, 한·중, 미·중, 북·중, 한·미·일 간에 회담 재개를 위한 접촉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북핵 신고내용 검증에 대한 합의 도출 실패로 2008년 중단된 6자회담이 이르면 올해 안에 개최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6자회담 재개 여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4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은 북한을 다자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기초다지기로 볼 수 있다. 미국 방문 1주일 만에 평양행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 대표는 방미기간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난 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경로를 만드는 중”이라고 회담 재개를 자신했다. 미·중 간에 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의 선제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우 대표는 이번 북한 방문에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6자회담 관련 논의가 미·중 양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우리는 들러리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4일(현지시간)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직후 “북핵 문제에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게 하나의 증거다. 우리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당사자인 남북이 주체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생색은 미·중 등 다른 나라가 내고 부담은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 점을 미·중·러·일 4개국에 적극적이고 확실하게 주지시켜야 한다.

북한 핵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국제사회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인류 공통의 적이다. 국제사회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폐기해야(CVID)’라는 원칙을 세운 이유다.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권과 공산체제를 유지하려는 데 있다. 핵 포기를 곧 정권 붕괴로 간주하는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6자회담 틀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을 이끌어낸 유일한 프레임이 6자회담이다.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수위를 꾸준히 높였지만 핵 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북한이 제재에 콧방귀를 뀌는 건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제재의 약효가 별로라면 다른 처방을 찾아야 한다. 북이 다자대화의 장에 나서도록 관련국의 역량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