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일본인 투자자들 한국 중소기업과 협력 늘리려 노력”

입력 2013-11-05 17:27 수정 2013-11-05 22:11


나카지마 도루 서울재팬클럽 이사장

한·일관계가 요 몇 년 새 꽁꽁 얼어붙었다. 올 2월과 지난해 12월 각각 한·일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으나 지금까지 정상회담조차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제관계는 비교적 순탄한 편이다. 양국 간 교역규모는 2011년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래 그 여세가 이어지고 있다. 껄끄러운 양국관계가 계속되면서 경제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슬슬 나오고 있다. 이에 기업 차원의 양국 간 협력 현황과 전망에 대해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인들 모임인 서울재팬클럽(SJC)의 나카지마 도루(中島透·58) 이사장에게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3일 한국미쓰이물산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 동관 33층에 자리한 한국미쓰이물산 접견실은 북쪽으로 창이 크게 나 있었는데 가깝게는 창덕궁 등 주요 고궁의 숲을 비롯해 멀리는 북한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상견례 자리에서 “경치가 업무효율도 높일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자 나카지마 도루 이사장은 “한국의 가을하늘과 공기는 정말 일품이다”고 답한다.

-우선 SJC에 대해 소개해 달라.

“SJC는 수도권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일본인·일본기업 간 친목, 한·일 기업 간 친선을 통한 한국사회에의 공헌, 경제협력관계 원활화 촉진 등의 목적으로 1997년 설립됐다. 기존의 서울일본인회, 서울일본상공회 등을 합한 것으로 현재 400여 법인과 2000명 가까운 개인회원이 가입돼 있다.”

-일본상공회와 일본인회의 주요 활동은.

“산업별 상공회 모임을 통해 의견교환도 하고 애로사항은 부산일본인회와 더불어 한국 정부에 제안을 하기도 한다.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대한 정보공유를 위한 세미나도 진행한다. 일본인회 역할로는 한국역사 탐방 및 산업견학, 한국어강좌 등을 운영한다. 특히 부인부는 한국 여성단체와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를 꾀하고 서울 이촌동 청소봉사 등 한국 사회와의 직접 교류를 해오고 있다.”

최근 한·일 경제관계의 특징은 대일 무역적자폭이 2010년을 고비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 대한(對韓) 직접투자(FDI) 확대, 양국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제3국 진출 증가 등이 꼽힌다. 대한 FDI는 2011년 22억8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6억4161만 달러로 거의 배가 됐다. 다만 올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2011년 수준을 조금 웃도는 정도가 예상된다.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 추세가 완화되고 있다.

“한국의 강점인 전자, 자동차, 화학, 철강 등의 분야에 필요한 부품을 일본 기업들이 한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함으로써 한국의 무역역조도 줄고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대한 투자는 지난해 크게 늘었다. 올해도 윈-윈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나카지마 이사장은 대한 FDI가 줄고 있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한·일관계 악화가 대한 FDI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투자, 즉 기업진출은 정치와 직접적으로 관계없다. 투자규모가 반드시 확대되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그러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산업분야와 협력 투자를 해야 일본 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구조가 이미 형성됐기 때문이다.”

-대한 FDI에 애로요인은 없나.

“중소기업과 관련한 직접투자 정도가 아닐까. 지금까지는 주로 대기업 위주의 투자였는데 투자확대가 이어지려면 중소기업으로 확산돼야 하지만 아직 중소기업 투자에 대한 안심감이 확보되지 않은 듯하다.”

-한국의 중소기업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뜻인가.

“중소기업 관련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본다. 한국미쓰이물산도 지금까지의 비즈니스는 대기업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일본 투자자들에게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안도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올 7월 SJC 차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41건의 건의사항을 제출하지 않았나.

“투자나 비즈니스 활동과 관련한 애로사항은 과거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지난 7월에 나온 41건의 애로사항 대부분도 이전부터 거론됐던 것으로 신규 요인은 그리 많지 않다. 국제적으로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문제가 적지 않은데 한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술정보 보호, 상표권 문제 등이 대부분이고 노동의 유연성 확보 문제도 애로사항으로 제기되고 있다.”

-애로요인을 해결하는 방법에 문제는 없나.

“한국은 외국인투자옴부즈만제도를 운영해, 외국인투자 관련 애로요인 상담과 해법제시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SJC 차원에서 정부 실무자와 대화채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사소통을 강화해 애로요인을 사전에 극복하자는 것이다.”

-한·일 기업협력형 제3국 진출 사정은 어떤가.

“2000년대 들어 제3국 진출 한·일 협력프로젝트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 추세는 최근 5년 새 크게 확대되고 있다. 미쓰이물산이 개입한 건만 한정하더라도 수주금액은 10년 전보다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 배경은 무엇이며 향후 전망은 어떤가.

“일본 종합건설사는 비용 대비 시공능력이 떨어진 반면 한국 종합건설사의 시공능력은 크게 향상됐고 현장에서 집적된 한국 근로자의 질적 수준이 높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다. 특히 현장 작업 과정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인다는 한·일 양국 근로자들의 유사성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양국 기업의 제3국 진출 협력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양국의 향후 경제협력 가능성은.

“상사맨으로서 ‘문제는 해결되기 위해 있다’는 신념을 중시한다. 양국 경제관계는 혹 애로요인이 있을지라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의 협력관계는 앞으로 지방, 중소기업으로 그 저변을 넓혀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2004년 11월 이후 협상이 멈춰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SJC는 처음부터 적극 찬성해 왔다. 최근 한·중·일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것들도 의미는 있겠으나 인접국 간 FTA가 더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양국이 인접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양국 교류가 연간 5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우선 한국과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로밍을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전화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또 양국 간 무역절차의 전자화·간소화·통일화가 이뤄진다면 한국에서 검역이 완결된 상품은 일본에서 재검역이 불필요하게 되는 이점도 발생할 것이다.”

-양국 간 벽을 없애자는 뜻인가.

“그렇다. 경제관계의 심화란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 문화, 마음이 깊숙하게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으로서 이어지면서 서로 소통하는 것을 중시해야 하는 것이지 단지 돈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단명한 거래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 근무한 지 1년 반 정도인 나카지마 이사장에게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그는 “회사 내 한국인 직원·인턴사원들을 보면 대단히 적극적이고 발언도 거침없이 잘 한다는 인상인데 스펙을 너무 중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스펙 지향은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경제관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발전하는 양국관계를 위해 바람직한 자세를 무엇이라고 보나.

“양국은 서로 이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차 사람이기에 때론 언짢은 일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경험해서 옳다, 괜찮다고 생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꾸준히 밀고 가는 게 중요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 발전적인 관계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인터뷰 직후 발표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미·중·유럽연합(EU)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대일 수출은 올 들어 매월 전년 동월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일관계의 비정상화가 대일 교역 내지 경제협력 위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한·일관계가 이대로 엄동설한으로 흐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만난 사람=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나카지마 이사장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본의 대표적 종합상사인 미쓰이물산에 입사해 상사맨으로 잔뼈가 굵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비즈니스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4월 한국에 부임해 한국미쓰이물산㈜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고 올해 2월부터는 SJC 이사장도 맡고 있다. 한국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1980년대 초부터 잦은 서울 출장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와 호감도가 매우 높다.

△1954년생 △1977년 일본 히토쓰바시대 경제학부 졸업 및 미쓰이물산 입사 △2004∼2008년 미쓰이물산 트레이드로지스틱스㈜(현 트레이드서비스) 대표이사 사장 △2008∼2012년 정보전략기획부(현 IT추진부) 부장 및 이사 △2012년 4월 한국미쓰이물산㈜ 대표이사 사장 △2013년 2월 SJC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