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수진 (6) 더 멀리 더 큰 선교 위해 1800t급 한나2호 출항

입력 2013-11-05 17:21 수정 2013-11-05 21:19


한나호 사역을 시작한 지 2년. 우리는 더 큰 배에 대한 소망을 품기 시작했다. 선령(船齡) 30년이 넘은 배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진만 정비하면 10년은 더 쓸 수 있다고 했다. 1995년 한나호는 이를 받아들여 좌현 엔진 등을 교체하면서 새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큰 배에 대한 꿈은 버리지 못했다. 결국 5년 뒤 우리는 일본 기상청에 속한 1860t급의 4800마력 엔진을 장착한 지금의 한나2호를 맞이했다. 한나2호 구매를 위해 헌금한 수많은 후원자들의 열매이자 한국교회의 축복이었다.

한나2호는 통영에서 내부 수리를 거친 뒤 도쿄와 고베로 향했다. 60명의 선교사가 일본의 중심인 도쿄 하루미항에 들어가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당시 선교활동 중에 우리는 영화 ‘야쿠자의 아내들(JESUS IS MY BOSS)’로 알려진 나카시마 형제를 만났다.

한나호 선상에서 두 번이나 그의 영화를 상영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찾아왔고 영화 상영 후 그의 간증도 이어졌다. 나카시마 부인은 한국인으로 핍박 속에서 간절한 기도를 드리며 나카시마를 변화시켰던 것이다. 나카시마교회는 한나호 사역자들을 초청해 간증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나호는 지역교회 목사님들을 초청해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듣는다. 고베에서는 지진으로 얼룩진 모습이 아직도 성도들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일본교회를 찾아다니며 한나호 사역을 알렸고 민족적 감정을 초월해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 일본인들을 만났다.

고베에서 활동하는 한인 선교사들은 매일 아침 한나호를 방문해 사역현장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들이 묵상한 말씀을 나눴다. 일본인 목회자들도 말씀을 전하러 왔는데 그 기쁨은 컸다. 특히 다루미복음교회 마쓰시타 목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분이다. 아침 경건회 때였다. 자신의 허름한 기타를 가져와 찬송을 부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기타는 성도 한 명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을 가져와 제게 선물한 것입니다. 제가 수리를 했는데 겉모양은 상처가 났지만 소리는 아름답게 됐습니다. 사실은 이 모습이 제 모습입니다. 저는 고베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교회 건물이 다 훼손되어 6개월간 목회를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낙심하고 도망갔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도님들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기타처럼 다시 목회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간증 설교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었다.

잊을 수 없는 일본 사역을 뒤로한 채 우리는 다시 남태평양 사역을 위해 사이판으로 항해했다. 사이판에서는 10일간 조선족을 위한 특별예배를 드렸다. 특별 집회에는 찬양 사역자 최인혁 전도사와 송정미 사모가 함께했다. 이들은 한나호가 사역하는 곳마다 찾아와 도왔다.

서울에서 날아온 최 전도사는 열정적으로 찬양을 인도했다. 찬양에는 꽹과리와 징, 북이 동원됐다. 또 현지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는 미국인 형제가 매일매일 다른 악기를 가지고 협연까지 했다. 집회는 조선족 동포와 중국인이 얼싸안고 하나가 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송 사모는 콘서트처럼 우아함과 품위 있는 모습으로 무대에서 열창하면서 배 위의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이판에서는 조선족과 중국인을 위한 한방 의료 사역을 펼쳤다. 아침부터 환자들이 줄을 이었고 저녁에는 찬양 집회가 계속됐다. 일과 후에는 조선족 근로 여성들이 몰리면서 한나호는 매일 북적였다.

사이판을 거쳐 우리는 얍에서 2주간 활동했다. 치과와 한방 사역을 했으며 많은 중국인들을 만났다. 우리는 그들에게 선교 영화를 보여줬고 무료 진료를 통해 원주민들과 중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