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65)] 연어 목회와 송사리 목회
입력 2013-11-05 14:16
지인과 식사 자리에서 담소를 나누다 색다른 감동을 받았다. 대학교수인 지인은 교회에 나간 지 3년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런데 자신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소리에서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최근 그 교회에서 예배 시간에 짤막한 간증 시간이 있었고 그 자리에 한 가족이 나왔다고 한다. 자신들은 예전에 가난하게 살았으나 당시 살던 동네가 개발되면서 아파트 붐이 일어났다고 한다. 마침 목사님의 권유로 아파트를 구입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중산층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목사님은 자신들에게 힘들더라도 외국으로 유학을 가라는 꿈을 심어 주어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외국에서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은 대학 교수가 되어 남부럽지 않게 산다고 했다. 한 가정이 빈민층에서 중산층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며 감격에 차 간증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청년이라도 교회에 붙잡아 놓고 싶어 하는 목회자와는 달리, 오히려 해외로 나가도록 권유해 다시 큰 그릇이 되어 그 교회로 돌아오도록 하는 목회였다. 이 간증을 들으니 연어가 냇물을 떠나 태평양을 거쳐 큰 물고기가 되어 고향에 돌아오는 것과 같은 ‘연어 목회’를 생각나게 했다.
목회자는 교인의 신앙과 사회 진출을 위해 꿈과 희망을 실어주는,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교회는 지금 10만여 명의 신도가 다니는 대교회가 되어 있다. 30년 만의 큰 부흥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한 교회를 생각해 냈다. 역사가 60년 가까이 된 그 교회는 한때 부흥했으나 목회자가 바뀌고 나서 급속히 변하기 시작했다. 교인들을 타 교회에게 가는 것도, 성경 공부를 하는 것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으로 호도해 성도들을 교회 울타리에만 갇혀 있게 하는 목회를 했다.
지금 그 교회의 청년부에는 직업이 있는 사람보다 직업을 구하는 사람이 많고, 40대가 된 한 청년은 직업 없이 지내다 신학교에 입학해 목사를 꿈꾸고 있다. 그럼에도 그 청년은 믿음이 좋다며 칭찬을 받고 있다. 오늘도 그 나이든 청년은 젊은이들과 어울려 CCM을 부르고 있다. 때로는 신나게 손을 흔들고, 때로는 눈물도 흘리면서.
나는 이 모습에서 냇물에만 있게 하는 ‘송사리 목회’를 생각해 냈다. 교회의 사명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고 성도를 큰 신앙인으로 키워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역량 있는 크리스천으로 만드는 것이다. 좋은 교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크리스천을 만드는 것도 목회자의 큰 보람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오래된 교회일수록, 그 교회가 배출한 인물들을 보면 그 교회가 목회를 잘했는지 아닌지 판단해 볼 수 있다. 그 나무의 열매로 목회의 성공을 짐작케 되는 것이다. 굳건한 신앙과 사회적 성숙도를 갖춘 지도자는 ‘송사리 목회’가 아닌 ‘연어 목회’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해 보았다.
목회자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다른 목회자들 또는 다른 크리스천들을 통해 교인들에게 보충해 주고 그들을 참된 크리스천으로 키워 주는 것이 진정한 연어 목회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 중에 있는 하나님의 양 무리를 치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자원함으로 하며 더러운 이득을 위하여 하지 말고 기꺼이 하며 맡은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양 무리의 본이 되라’는 말씀을 생각해 본다.
사심 없는 ‘연어 목회’는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목회가 될 것이고, 좋은 교인은 물론 좋은 크리스천이 넘쳐나게 되어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가 이 땅에 확장될 것이다.
오늘 많은 목회자들이 내 교회 내 교인에만 목을 걸 것이 아니라 더 큰 생각과 비전으로 교인들을 양육하고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성도들에게 어느 목회자에게 가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이 나올까?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