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나와 세상 연결시켜준 직업… 이젠 장애인들 희망의 다리 되고 싶어”

입력 2013-11-04 18:44


서울시청 첫 안내견과 함께 근무- 시각장애 최수연 주무관

아침마다 직장인들로 붐비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서울시청으로 향하는 최수연(29·여) 주무관의 모습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1급 시각장애인인 그의 곁에 항상 눈이 돼주는 안내견 ‘온유’가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살짜리 골든 리트리버 수컷인 온유는 지난해 12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양성하는 삼성화재를 통해 만났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 주무관은 안내견과 함께 근무하는 첫 서울시 공무원이다. 지난 9월부터 장애인자립지원과에서 일을 시작한 새내기로, 현재 저소득 중증장애인 전세주택 제공사업 및 교육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시청 1층 사무실 그의 자리 옆에는 온유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온유는 최 주무관의 출근길은 물론 점심식사를 할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늘 함께한다.

최 주무관은 13세 때 갑작스러운 시신경 위축으로 시력을 잃었다. 중·고교를 특수학교에서 마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는 공무원 시험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시험지 및 음성지원 컴퓨터 등 편의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무원의 꿈을 키웠다. 이후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 수험교재를 점자 및 파일로 제작해줄 것을 의뢰해 2년간 이 교재로 시험 준비를 했다.

그리고 2012년 가을 시 일반행정 7급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시는 최 주무관의 업무에 불편함이 없도록 광학문자판독기, 전자독서확대기, 점자라벨기 등 다양한 보조기기들을 마련해줬다. 그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나를 세상과 연결해준 희망의 다리”라며 “이제는 내가 희망의 다리가 돼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최 주무관은 늘 함께하는 온유 덕에 더 유명인사가 됐다. 온유가 격무에 지친 같은 과 직원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한 가족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시청사 개방의 날’ 행사에서 온유가 시청을 방문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안내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나와 온유의 삶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좋은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