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선교 대상을 ‘인간’만이 아닌 ‘창조세계 전체’로
입력 2013-11-04 18:27 수정 2013-11-04 21:54
4일 발표된 WCC의 선교선언 ‘함께 생명을 향하여’의 핵심은 선교의 대상을 인간뿐 아니라 창조세계 전체로 확대했다는 데 있다. 또 복음주의권의 문제의식을 수용해 균형 있는 접근을 시도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지만 영혼구원에 대한 강조가 약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선교선언에 따르면 선교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마음에서 시작되고 성 삼위를 하나로 묶는 사랑은 온 인류와 창조세계로 넘쳐흐른다.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은 모든 백성을 부르시고 희망의 공동체가 되도록 힘을 주신다. 성령 안에 있는 생명은 선교의 본질이며 선교의 영성은 사람들의 영적 헌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변혁의 역동성을 갖는다. 복음은 창조의 모든 영역과 우리 삶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 좋은 소식이 된다.
선교선언은 그동안 기독교 선교역사가 특정 중심지로부터 ‘미전도지역’으로 가는 지리적 확장 개념으로 간주된 것과 달리 지금의 선교에서는 미전도지역의 영역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선언에서는 그 증거로 오순절과 은사운동이 다양한 지역에서 출현하는 것을 들었다.
금주섭(47)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 총무는 “이번 선교선언은 새로운 복음주의와 새로운 에큐메니컬을 위한 선언이 될 수 있다”며 “골자는 오순절교회와 정교회의 성령론으로 선교를 다시 시작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선교에 성령을 도입한 것은 오늘날 서구교회가 쇠퇴하고 세계화에 따른 경제 양극화와 다원주의 등 선교의 장벽이 커짐에 따라 성령의 권능을 힘입는 선교가 절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선언은 또 온정주의적 태도와 우월의식이 과거 선교의 동기로 작용했다고 지적하고 겸손과 회개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담았다.
이번 선교선언은 2008년부터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교학자와 전문가, 현지 선교사 등 연인원 200명이 참여했으며 논문도 130편이 넘게 제출됐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신학위원회 국장과 WCC 전도담당 국장과 간사 등이 공동으로 작업해 사실상 WCC와 WEA가 공유하는 선교선언이 됐다. 실제로 선교선언에서는 복음주의 선교에서 등장하는 자기 비움과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제자도 개념 및 로잔국제복음화운동의 모토인 ‘온 교회(whole church)가 온 세계(whole wolrd)에 온전한 복음(whole gospel)을’이 언급되기도 했다.
국내 복음주의권은 이날 발표된 WCC 선교선언에 대해 균형적 시도는 돋보이지만 일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장은 “선언은 21세기 글로벌 선교 상황을 염두에 둔 선교학적 숙고의 표현이며 내용에 있어서 신중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며 “그러나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태생적으로 가졌던 포괄적인 선교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영혼 구원에 대한 강조가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주제회의 현장에서 만난 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도 “삼위일체 하나님의 틀 안에서 성령을 논함으로써 이전보다 균형 있는 접근을 보여줬다”면서 “하지만 십자가 구원을 제대로 부각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부산=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