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증언하는 절규가 WCC 부산총회장에 울려퍼졌다. 4일 오후 ‘군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존엄과 정의’를 주제로 ‘마당워크숍’이 벡스코 컨벤션홀 208호에서 열렸다 일본 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5)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고, 외국인 참가자들은 그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먼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영어로 소개하는 30분짜리 영상에서 피해 할머니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임신을 한 여자들도 있었는데 일본놈들이 떼어내고….” “만신창이가 돼서, 병신이 돼서 나왔어요.”
이어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가 “최근 건강이 좋지 못하셔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는데도 같은 크리스천으로서 형제자매들께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길 권사님이 나오셨다”고 소개했다.
길 할머니는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증언했다. “고향은 평양이구요. 13살에 떠나서 그 모진 고통을 당하다가 죽지 않고 여태까지 살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이 아마 나를 못 가게 하나봐요. 고저 막대기고 총이고 가리지 않고 때려서 피가 많이 흘러도 닦아주는 사람도 없고…. 머리가 터지면 피가 많이 나요. 옷이 다 젖어서 벗어내고.”
그는 13세 때 공장에서 기술을 가르쳐주고 돈도 벌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 5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깊은 상처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도 결혼할 수도 없었다. 그가 입양해 키운 아들은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인천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이 이뤄지고 이 할머니들이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충격적인 역사적 사실을 접한 외국인 참가자 10여명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당시 얼마나 많은 한국인 여성들이 위안부로 동원됐느냐는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온 외드라오고 디디에(51) 목사는 “2차 세계대전 중 이처럼 야만스런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두 딸의 아버지로서 분개한다”며 “WCC 총회 차원에서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인 캐롤린 레베카 브라츠(31·여)씨는 “정말 믿기지 않은 일”이라며 “영상에서 어린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나와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부산=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