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일본이 사죄하도록 세계 교회가 힘 모아주세요”

입력 2013-11-04 18:27

“시집도 안 간 처녀들이 하루에도 몇 십 명을 겪으니까 목을 매고 높은 데서 떨어져서 자살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증언하는 절규가 WCC 부산총회장에 울려퍼졌다. 4일 오후 ‘군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존엄과 정의’를 주제로 ‘마당워크숍’이 벡스코 컨벤션홀 208호에서 열렸다 일본 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5)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고, 외국인 참가자들은 그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먼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영어로 소개하는 30분짜리 영상에서 피해 할머니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임신을 한 여자들도 있었는데 일본놈들이 떼어내고….” “만신창이가 돼서, 병신이 돼서 나왔어요.”

이어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가 “최근 건강이 좋지 못하셔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는데도 같은 크리스천으로서 형제자매들께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길 권사님이 나오셨다”고 소개했다.

길 할머니는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증언했다. “고향은 평양이구요. 13살에 떠나서 그 모진 고통을 당하다가 죽지 않고 여태까지 살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이 아마 나를 못 가게 하나봐요. 고저 막대기고 총이고 가리지 않고 때려서 피가 많이 흘러도 닦아주는 사람도 없고…. 머리가 터지면 피가 많이 나요. 옷이 다 젖어서 벗어내고.”

그는 13세 때 공장에서 기술을 가르쳐주고 돈도 벌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 5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깊은 상처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도 결혼할 수도 없었다. 그가 입양해 키운 아들은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인천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이 이뤄지고 이 할머니들이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충격적인 역사적 사실을 접한 외국인 참가자 10여명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당시 얼마나 많은 한국인 여성들이 위안부로 동원됐느냐는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온 외드라오고 디디에(51) 목사는 “2차 세계대전 중 이처럼 야만스런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두 딸의 아버지로서 분개한다”며 “WCC 총회 차원에서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인 캐롤린 레베카 브라츠(31·여)씨는 “정말 믿기지 않은 일”이라며 “영상에서 어린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나와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부산=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