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골프·휴직자에 성과급… 보험연구원, 숨겨진 신의 직장?
입력 2013-11-04 18:14 수정 2013-11-04 21:08
금융위원회 밑에서 보험산업 정책을 연구하는 보험연구원이 매년 예산의 일정 비율을 골프장에서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연구원은 성과급 지급 인사평가에서는 아무도 하위 등급을 안 받아도 되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다. 육아휴직자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경영 전반이 부실했지만 자체 감사는 한 차례도 없었다.
금융위는 지난 7월 보험연구원을 종합감사하고 이러한 지적 내용을 보험연구원에 최근 통보했다. 금융위는 국정감사에서 산하 기관들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료율을 산정하는 보험개발원에 속해 있다가 2010년 독립한 보험산업 연구기관이다. 이번 감사는 보험연구원이 독립한 이후 기간(2010.11-2013.7)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올해 4월부터는 강호 전임 보험개발원 부원장이 보험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금융위는 우선 예산·회계처리 분야에서 보험연구원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매년 예산의 일정 비율을 골프장에서 집행한 점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평일 업무시간에 업무추진비 카드가 사용된 사례도 발견됐다. 금융위는 “평일 업무시간에 골프장에서 업무추진비를 쓰지 않도록 예산 집행·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보험연구원이 운영하는 상여금 지급 기준에서는 전 직원이 C등급 이하를 피하게 만든 꼼수가 드러났다. 전 직원의 25% 이하에게는 S등급과 A등급으로, 25% 이상은 B+등급으로, 30% 이상 50% 미만은 B등급을 부여할 수 있게 해 하위 등급인 C+등급과 C등급은 아무도 안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기준에 따르면 전 직원의 20%가 C+등급 이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유명무실했다. 금융위는 “향후 관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도록 등급 간 배분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라”고 통보했다.
인사고과 대상자가 아닌 자율연구자와 육아휴직자에게도 원장 전결로 성과급을 지급한 사례도 드러났다. 청원휴직자나 육아휴직자에게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한 점도 나타났다. 육아휴직자는 고용보험법에 따라 월 100만원 한도에서 통상 임금의 40%를 지급받는다. 근거규정 없이 복리비 항목을 신설·집행해 온 관행도 적발됐다.
연구사업계획 관리 분야에서도 미흡함이 발견됐다. 이사회 심의·의결 사항인 연구사업계획이 원장 전결로 폐기·변경된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이마저도 지연 이행된 사례가 많아 금융위는 기관주의 처분을 내렸다. 보험연구원은 전문 자격증 보유 직원에게 자격수당을 지급한다는 제도를 스스로 유리하게 해석, 애초부터 임용 규정이었던 박사학위에 대해서도 따로 월 15만원의 자격수당을 지급하기도 했다. 정작 보험연구원은 2010년 11월 설립된 뒤 지난 5월 감사계획만 단 1회 수립했고, 정기감사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감사담당 직원을 지정하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