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식자재 떼내고 건물관리는 에스원에 넘긴다
입력 2013-11-04 18:13 수정 2013-11-04 22:46
삼성에버랜드가 잇따라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나섰다.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인수하는 대신 알짜배기인 건물관리, 급식·식자재 부문을 떼어낸다.
지난해 매출 3조37억원, 영업이익 1335억원의 실적을 거둔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에서는 작은 규모의 회사다. 하지만 덩치와 달리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엄청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있다. 사실상 지주회사다. 그래서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조정은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4일 이사회를 열고 급식·식자재 부문을 분리해 별도 자회사를 만들고, 건물관리 부문은 에스원에 양도키로 결정했다. 삼성에버랜드는 E&A(부동산서비스·건축·조경), FC(급식·식자재), 레저 등 크게 3가지 사업 부문을 갖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에서 45.29%를 차지하는 급식·식자재는 물적 분할을 통해 ‘삼성웰스토리(가칭)’라는 새로운 회사로 거듭난다. 12월 1일자로 신설되는 법인 지분은 삼성에버랜드가 100% 소유한다. 매출의 42.89%를 점유하는 E&A 부문에서 떨어져 나오는 건물관리 부문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량이다. 이 부문은 4800억원에 에스원으로 양도된다.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1월 10일까지 관련 자산·인력이 모두 이관될 예정이다. 대신 12월 1일에 패션사업을 인수한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에버랜드는 전체 매출의 55%에 이르는 사업 부문을 떼어내고 패션·건설·레저로 사업구조를 개편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인수를 계기로 디자인·콘텐츠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연관성이 낮은 분야를 매각·분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사업조정의 중심에 삼성에버랜드가 자리 잡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이번 조정이 삼성에버랜드를 축으로 한 지배구조 변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지분율 25.10%)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8.37%씩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부문을 조정하는 동시에 에버랜드의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구조 개편이 이어지면서 차츰 경영권 승계, 계열분리, 지주회사 전환 등의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지주회사 전환 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순수한 경영 차원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