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너른 사랑 품은 작은 이들 눈물 대신 미소로 부둥켰다

입력 2013-11-05 04:58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한눈에 알아봤다고 한다. 미국으로 입양된 주드 이 오켐퍼스(한국명 이준호·4)군을 기다리던 친엄마 이성은(25)씨는 방문 밖에서 아이 소리만 나도 ‘내 아들이냐’고 물었다. 방문이 열리고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이 아장아장 걸어 들어오자 함박웃음으로 맞았다.

그는 “만나면 울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밝게 들어오는 아이 모습에 안심이 돼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났다”며 “밝게 키워준 양부모님께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 주드군의 양손을 잡고 있던 미국인 양부모 다니엘(44)·에리카(40·여) 오켐퍼스 부부도 환환 웃음으로 이씨를 맞았다.

4일 두 가족의 만남은 이색적이었다. 이씨도, 주드군도, 오켐퍼스 부부도 모두 저(低)신장 장애를 앓고 있다. 그러나 서울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눈물 대신 웃음으로 인사했다.

이씨는 여느 엄마처럼 아이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양부모에게 가장 먼저 건넨 질문은 “(주드가) 아픈 곳은 없나요”였다. 코가 자주 막혀 숨쉬기가 어려웠던 주드군은 입양 후 무사히 수술도 받았다. “건강하다”는 양부모 말에 이씨는 연신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이씨는 2009년 친구 소개로 만난 남자친구와 교제 중 아기가 생겼다. 남자친구는 임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씨는 4개월 만에 교제를 정리한 뒤 홀로 주드군을 낳았다. 저신장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입양을 결심했다. 장애 탓에 국내 입양은 어려웠지만 이미 베트남의 저신장 장애아 하이(6)를 입양했던 오켐퍼스 부부가 소식을 듣고 2010년 주드군을 입양했다.

휴대전화에 아들 모습을 조심스레 담는 이씨를 보며 오켐퍼스 부부는 시종 미소를 지었다. 다니엘씨는 “아들이 아직 어려서 친모를 기억할 수 없겠지만 사진으로 남겨서 나중에 ‘친엄마가 나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켐퍼스 부부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유전 상담가로 근무 중이다. 미국에서 장애인으로 살며 편견을 느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원하는 공부를 한 우리 부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에리카씨는 “한국에서는 장애아로 살아가는 게 상당히 어렵다고 들었다”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홀트아동복지회의 입양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7가정 11명의 입양아를 포함해 22명이 한국을 찾았다. 모두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주드군 외에 나머지 아이들은 친부모 대신 입양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을 돌봐줬던 위탁가정 부모들을 만났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