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수입 3년째 부족사태… “정부, FTA효과 망각했나”

입력 2013-11-04 18:07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감소 효과를 무시한 채 관세 수입을 과다 계상하면서 3년째 관세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매년 1조원 이상의 관세를 더 걷어 공약가계부를 실현하겠다던 정부의 목표가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세 감소분의 96%는 FTA 때문=관세가 ‘펑크’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세입예산액 11조3657억원 중 3.3%인 3756억원이 덜 걷혔다. 지난해에는 실적이 더 나빠졌다. 목표치 11조6111억원 중 9조8157억원(84.5%)만이 징수됐다. 정부는 올해도 5000억원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 본예산에 비해 7197억원을 감액 편성했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9월 말 기준 관세수입액은 7조4750억원으로 진도율 72.8%였다. 이는 최근 3년 평균 진도율 75.2%에 비해 2.4% 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 같은 관세수입 감소는 예견된 일이었다. 2011년 7월 한·EU FTA,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통관수입액은 증가했지만 관세를 깎아주거나 무관세 혜택이 생기면서 관세 부가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봐도 관세를 매기는 기준금액인 통관수입액은 전년 대비 4조4496억원(0.8%) 늘었는데도 관세수입은 1조1744억원(10.7%) 줄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EU로부터의 수입액은 504억 달러로 전년(474억 달러)보다 30억 달러 늘었지만 관세 부가액은 2조4286억원에서 1조7772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 역시 2011년 446억 달러, 지난해 433억 달러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관세부과액은 2조717억원에서 1조5915억원으로 25%가량 감소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실제통관액 등을 근거로 추정한 결과, 지난해 관세수입 감소액 1조1744억원 중 한·EU FTA와 한·미 FTA로 인한 감세 감소분은 1조1316억원(96%)으로 분석됐다.

◇FTA 안할 수는 없지만 세수 추계 명확히 해야=관세 감소 때문에 세계적 추세인 FTA 체결을 뒤로 미룰 수는 없다. 정부는 한·중 FTA 등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FTA 체결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분석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잡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 후 10년간 국세가 연평균 5조3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관세는 줄어들겠지만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 등을 감안하면 내국세가 이를 상쇄하고 남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관세 전망치도 올해보다 2.8%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법인세 등 각종 세목 중 관세는 세입예산 대비 결손규모(1조7954억원)가 가장 컸다. 조 의원은 4일 “FTA가 세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보다 면밀히 살펴 지난 3년처럼 관세가 과다 계상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