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항명 파동’ 靑, 곤혹… 檢 윤석열 이어 軍선 장경욱

입력 2013-11-04 18:02

청와대는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교체 배경을 두고 ‘항명 파동’이 재현되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끊이지 않았던 인사 파동이 군으로까지 번졌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더욱 부담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4일 기무사령관 교체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 중인 상황에서 자칫 청와대 관련성이 부각되거나 여론의 관심이 항명 파동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현재 상황에서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는 답답하고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의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정면충돌한 지 불과 2주도 안 된 시점에 이번에는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에서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앞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양건 전 감사원장도 항명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사퇴했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청와대 외압설’을 제기한 뒤 물러났다. 매번 청와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공조직 내 충돌이 반복되고 그 배후에 청와대가 거론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항명 파동에는 전 정권은 물론이고 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어 청와대의 정부조직 관리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 내 갈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러나는 인사들이 불만을 품게 하고, 외부로 표출돼 ‘찍어내기’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순방을 떠날 때마다 국내 여론 관리가 안 되는 문제점도 또 노출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공식 홍보라인이 부재 중인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고 뒤늦게 수습하는 식이다. 그 사이 온갖 의혹은 터져나오고,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있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