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무시 靑 직보→경질되자 반발… 軍紀 문란 우려
입력 2013-11-04 18:02 수정 2013-11-04 22:27
지난달 25일 있었던 군 장성 인사에서 전격적으로 단행된 장경욱 전 국군 기무사령관 경질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 전 사령관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보고하는 것을 넘어 대통령과 직접 독대하려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여의도 63빌딩 한 식당에서 국회 모 상임위원장을 만나 국방부 인사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국방부 장관의 직속 부하인 기무사령관이 장관을 무시하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고, 이를 이유로 경질되자 반발하는 행태를 보인 것은 엄정한 군기를 기반으로 하는 군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임무와 역할을 보다 분명히 규정하고 이를 지휘·감독해야 하는 국방부 장관의 역할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무사의 법적 근거인 국군기무사령부령(대통령령 제22007호)에 따르면 기무사의 역할과 임무는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규정돼 있다. 기무사의 임무와 지휘 및 감독권은 물론 인사권도 국방부 장관이 갖고 있으며, 따라서 기무사령관은 군내 주요 정보를 파악했을 경우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이 맞다.
기무사령관을 역임한 한 군 원로는 “기무사의 역할은 장관을 견제하는 기능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관을 보좌하는 일”이라며 장 전 사령관의 행동은 규정된 역할을 벗어난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 전 사령관의 행동은 이전부터 있었던 관행과 무관치 않고, 장관의 일탈을 견제하는 최소한의 역할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 통수권자들이 군을 통제하고 군내 좌익세력 침투를 막기 위해 기무사의 정보보고를 직접 받았고, 과거 두 차례의 군사정변을 경험한 탓에 문민정권 들어서도 기무사의 정보보고는 이어졌다. 이런 관행은 노무현정부에서 폐지됐다. 군 내부 동향 파악을 통해 군을 올바르게 통제할 필요도 있지만 기무사의 정보보고가 군내 여론을 왜곡하고 군 인사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잘못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국방부 대변인이 4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관진 장관이 기무사에 요구한 개혁은 시대에 맞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 장관의 인사 행태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아 이번 군 인사와 관련된 후유증이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일정 기간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진급되는 임기제 진급을 특정 인사들에게 연이어 적용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해 군 인사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인사철이면 측근인사니, 특정 인맥 챙기기니 하는 비판 목소리가 난무하고 있어 인사 관행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군 조직에서 인사 결정에 불만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불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