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고도성장 “막내렸다” VS “숨고른다”
입력 2013-11-04 17:54
중국 경제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9.6%씩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9%에 달했다. 2000년대를 전후해 빠른 경제성장을 보인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의 첫 영문 대문자를 딴 ‘브릭스(BRICS)’는 한동안 세계경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통했다.
지난 10여년간 이들 국가를 포함한 신흥국 경제가 연평균 6%씩 성장할 때 미국 등 선진국은 2%대 성장률로 고전했다. 하지만 신흥국의 고도성장은 2년 전부터 멈췄다. 이대로 고도성장이 막을 내리는 건지, 아니면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숨고르기인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신흥국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을 나란히 실었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 경제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봤다. IMF는 최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로 기존 평균치보다 낮춰 잡았다. 러시아도 기존 평균치(4.4%)보다 낮은 3.5%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하락세는 그동안 아시아에서 목격돼왔던 부채로 끌어올린 ‘자산 거품’을 걷어낸 수치여서 차라리 다행스럽다”고 지적했다. 신흥시장이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란 얘기다. 스페인은행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도시화가 덜 진행된 인도 같은 곳은 경제가 되살아날 여지가 있다”며 “생산성 향상이 고도성장을 다시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세계경제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앤더스 오슬런드 선임연구원은 신흥국의 고도성장은 끝났다고 봤다. 그는 신흥국의 산업화 과정이 대부분 완료됐기 때문에 연간 성장률이 3.5% 정도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오슬런드 연구원은 “러시아, 브라질의 경우 터무니없이 높은 상품 가격 책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중국은 공장의 생산성 감소로 투자위주 성장모델이 열기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또 많은 신흥국이 부패의 수렁에 빠졌거나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러 경제학자들도 현 시점에서 경제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 없이 신흥국이 예전만큼 고도성장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예컨대 투명성 강화로 최근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 모은 페루, 필리핀처럼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흥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이다. WSJ는 “중국의 경우 외국자본에 의존한 경기부양책보다 내수 진작에 힘써야 하고, 터키 인도 등도 내수 투자와 저축에 신경 써야 한다”며 “내년 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될 때 외국자본 이탈로 경제가 휘청거리지 않으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