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분담률 놓고 중앙·지방 충돌할 건가
입력 2013-11-04 17:55
복지정책 수정·재원확보 방안 중 택일하라
기초연금 지원 규모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충돌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기초연금 분담률을 낮춰 달라고 요구한 반면 보건복지부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제도를 위한 재정의 10%가량만 분담하겠다”는 뜻을 최근 복지부에 통보했다. 복지부는 다른 복지사업에 비해 기초연금제도의 국고 부담률이 현저히 높아 서울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무상보육 지원비율을 놓고 맞붙은 중앙·지방정부가 내년에도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요구가 무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시는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들자 올 하반기에 예산 3155억원을 줄였다. 무상보육 분담률을 놓고 정부와 대립하다가 2000억원의 지방채까지 발행키로 했다.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느냐는 서울시 지적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항변이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국회에서 정부안을 제대로 심의하기도 전에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배수진을 치고 나온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 지지를 받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공세나 제스처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부처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중앙정부도 달라져야 한다. 재정을 도외시한 복지정책을 재조정하든지, 복지정책에 손을 대기 싫으면 재원 확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발행한 국채는 국가부도를 맞지 않기 위해 혈세로 막을 수밖에 없는 빚이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국가신용도 하락, 외국 자본 이탈, 금융조달 비용 급증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면 조세저항을 무릅쓰고라도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소비세(부가가치세)율을 현행 5%에서 내년에 8%로 올리기로 한 일본 정부의 셈법을 중앙정부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인으로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소비세 인상을 단행키로 한 것은 국가부채 문제를 나라의 흥망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7월 공청회에서 중장기적인 부가세율 인상안을 제안했다. 부가세율은 35년간 10%를 유지하고 있다. 현행 10%인 부가세를 2% 포인트만 올려도 최소한 연 2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정부 최고위층이 나서 당면한 국정과제를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복지정책 수정이든, 부가세율 인상이든 정도(正道)를 걸어야 국민적 저항을 누그러뜨리지 않겠는가. 차제에 담뱃세, 주세, 초고가 사치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세금 인상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