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신종수] 여의도공원과 센트럴파크
입력 2013-11-04 17:50
요즘 국민일보 앞 여의도공원은 산책하기에 딱 좋다. 가을 풍경에 기온도 적당해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는다.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걷던 동료는 박인환의 시를 읊조렸다. 가을은 이렇게 사람들의 시심을 자극하는 모양이다.
경치도 경치지만 요즘 시민들이 공원을 즐기는 분위기를 보면 우리도 선진국 수준으로 바뀐 것이 분명하다. 여의도공원은 물론이고 인근 한강시민공원을 가 봐도 담배 피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밀폐된 공간도 아니고 그 넓은 곳에서 담배 한 개 정도 피워도 표시 안 날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여의도공원은 금연구역이다. 서울시는 2011년 공원과 버스정류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정하고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선진국 수준인 공원 분위기
최근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짬을 내 센트럴파크를 찾았다. 서울숲공원과 비슷한 크기라는 센트럴파크는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붐볐다. 우거진 숲 사이에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센트럴파크도 여의도공원처럼 2011년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벌금은 50달러로 싼 편이지만 금연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뉴욕은 적극적인 금연정책으로 유명하다. 최근 전자담배, 시가 등 모든 종류의 담배 구입에 대한 법적 가능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21세로 강화했다. 청소년 때 담배를 피우면 성인이 돼서도 의존성이 더 강해지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위반하는 업자에게는 벌금 1000달러가 부과된다.
여기에는 대대적인 금연운동을 펼치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의지가 작용했다고 한다. 뉴욕시는 2003년부터 레스토랑,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고 담뱃세도 미국에서 가장 높다.
그런가 하면 상점에서 담배를 아예 진열하지 못하도록 하고, 담배 한 갑의 가격 하한선을 10.50달러로 정하는 법안도 심의 중이다. 공원에서 뚜껑을 딴 술병을 들고만 다녀도 최고 1000달러 벌금이나 6개월 징역형을 받는다. 뉴욕 맨해튼의 기대수명이 82세로 늘면서 미국 최고의 장수촌이 된 것도 이런 정책 덕분이라는 평가다. 일벌레로 통하는 그는 3선을 끝으로 다음달 퇴임한 뒤 12년 만의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뉴욕과 경쟁해야
서울은 이제 뉴욕과 경쟁해야 한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의 향배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벤트성 사업이나 한건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능력을 가진 후보가 필요하다.
1인당 평균 공원면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이 8.48㎡로 뉴욕(18.6㎡)의 절반 수준이다. 면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원의 문화다.
공원 금연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시행 과정에 착오도 있었다. 서울시는 한때 금연공원 내 흡연구역 설치를 검토하기도 했다. 결국 금연운동가들의 설득으로 철회했지만 모처럼 나온 좋은 정책이 자칫 후퇴할 뻔했다.
이제 공원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술을 팔거나 마시지 못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 공공장소 주변에서 영업하는 상인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다. 1997년 여의도광장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자전거 임대업자 등의 반발이 거셌다. 행정능력이 필요한 때다.
신종수 사회2부장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