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돋보기] 폐동맥고혈압, 조기진단땐 치료 용이

입력 2013-11-04 16:52


얼마 전 30대 중반의 부부가 찾아왔다. 부인이 희귀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질환을 앓고 있었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증상이 있어 정밀 검진 후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받아 지난 3년간 치료를 받던 환자였다. 현재는 약물 치료 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됐다.

폐동맥 고혈압은 우심실에서 폐로 가는 혈관인 폐동맥의 압력이 올라가 혈액이 폐로 원활히 도달하지 못해 산소 교환이 안 되고 이로 인해 저산소증이나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병이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평균 수명은 3년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0만 명당 30∼50명 정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약 2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 환자의 사례처럼 다른 질환에 의해 폐동맥에 혈관염이 발생해서 폐동맥고혈압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기저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함께 폐동맥고혈압 관리를 잘해주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특효약이 없었던 10여 년 전에는 대부분 환자들이 진단 2∼3년 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돌연사한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가 당시 조사해 본 결과 폐동맥고혈압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서 사망률이 현저히 높았지만 조기에 진단된 환자의 경우 대부분 정상적인 수명대로 살았다. 예전에는 폐동맥고혈압의 조기 진단을 위해 시행되는 심초음파검사가 비급여 검사로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 10월부터 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초음파도 급여를 적용해 환자의 부담이 줄기 때문에 조기진단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 의학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로 인해 예전에 치료 불가능했던 병들의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폐동맥고혈압 분야에서도 엔도텔린길항제가 개발되면서 치료에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 같은 희귀질환 치료제는 환자가 적어 개발 후에도 고가의 약제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고 엔도텔린길항제 또한 보험적용을 받아도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약값에 대한 부담이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주로 여성에서 발병해 치료가 안 될 경우 가정이 파괴되고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했지만, 이제는 조기진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더 이상 치명적인 질환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가능한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상헌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