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파킨슨병, 아는 만큼 극복 가능한 질환

입력 2013-11-04 17:39


얼마 전 파킨슨병으로 은퇴했던 미국의 유명 배우 마이클 J 폭스가 13년 만에 할리우드로 컴백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는 20년 가까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꾸준한 관리와 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다시 활발한 연기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중의 머릿속에 파킨슨병은 으레 손발을 제대로 쓸 수 없거나 침대나 휠체어에 의존한 노인의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이클의 사례처럼 파킨슨병은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한다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노인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은 동작 조절기능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뇌세포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 발병한다. 황혼의 불청객이라 불릴 정도로 주로 60대 이상의 연령에서 많이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이나 최근에는 40∼50대 발병도 늘고 있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손발의 떨림이나 관절과 근육의 경직, 느린 움직임, 자세 불안정 등이 있다. 이러한 운동증상뿐만 아니라 공포, 기억력 장애 등의 인지 장애 및 변비, 배뇨 장애, 수면 장애 등의 비운동증상도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개인마다 증상의 차이가 있고, 대다수의 환자가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병을 방치할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몸의 이상을 느끼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레보도파’라는 성분의 약물로 도파민을 보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레보도파를 하루 세 번 정도 복용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개선된다. 하지만 레보도파의 약효가 잘 듣는 ‘허니문 기간’이 지나 발병 3∼5년 정도가 되면 환자는 약효 지속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약효소진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환자가 임의로 복용량이나 복용 횟수를 늘릴 경우 혈중 약물 농도가 불규칙해져 손발이 꼬이고 비틀어지면서 춤추는 듯한 이상운동증과 같은 부작용의 발생빈도가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약효소진현상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기존의 레보도파/카비도파제제에 엔타카폰의 성분을 추가한 복합제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약효소진현상이 발현됐을 때는 반드시 담당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혜원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