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수능 끝낸 高3들 HPV 예방접종 하세요

입력 2013-11-04 17:39 수정 2013-11-04 18:42


2014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고3 수험생과 그의 부모님들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수능이 끝나기만 하면…’이라는 생각으로 각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수능이 끝난 후 대입 전까지의 짧은 시간을 무분별하게 보내기보다는 ‘건강한 성인이 되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HPV 예방접종’이다. 보통 고등학생이 되면 HPV 예방접종을 하는 것을 권하는데, 만약 아직 예방접종을 하지 못한 자녀가 있다면 성인이 되기 직전인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다.

HPV 바이러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라고도 불리며 성 접촉 경험이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HPV 바이러스는 젊은 연령대일수록 감염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중앙의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8∼29세 여성 가운데 2명에 1명꼴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 발생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오히려 20대 여성에서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여성들의 첫 성 경험 나이가 어려지고 있지만, 청소년기부터 산부인과 검진 등 관련 예방 활동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행히도 HPV 바이러스는 암과 관련해 유일하게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다. HPV 바이러스는 보통 성 접촉으로 인해 감염되는데, 청소년기 성 접촉 이전에 예방 백신을 접종하면 HPV 관련 질환을 발생시키는 주요한 유형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질환 예방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의 약 70%는 HPV 16, 18형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백신은 모두 HPV 16, 18형을 예방해 자궁경부암의 발생을 막는다. 이 중 4가 HPV 백신의 경우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가지 수와 질환이 더 많다. 4가 HPV 백신의 경우 9∼26세의 남성도 접종할 수 있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권장하는 HPV 백신 예방 접종 연령은 만 15∼17세다. 이는 국내 평균적인 첫 성 접촉 시기를 고려해 권고한 연령대다. 접종 후에도 향후 정기 검진을 병행한다면 평생 동안 HPV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암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정호진 베일러 이화산부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