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68%가 우울증 앓는다

입력 2013-11-04 17:15


서울아산병원 이상암 교수팀 ‘삶의 질’ 연구 결과

성인 뇌전증 환자의 68%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특히 성인과 청소년 환자 모두 가족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 연구팀이 국내 대학병원(소아신경과 28개 병원, 신경과 31개 병원)에 방문한 성인 뇌전증 환자 1019명, 청소년 뇌전증 환자 644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처음 진행한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 연구’ 결과에서 성인 뇌전증 환자의 68%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의 원인은 실업, 낮은 경제적 상태 등의 사회적 요인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한 낙인감과 자기 효능감(특정한 문제를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이나 기대감) 등 개인적 요인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 뇌전증은 보호자를 포함,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쳐, 가족기능지수(Family APGAR)가 6점 이하로 가족 기능이 건강하지 못한 환자가 61%에 이르렀다.

청소년 뇌전증 환자도 성인 뇌전증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소년의 정신병리 중 위축, 신체증상, 우울·불안, 사회적 미성숙, 사고의 문제, 주의집중문제, 비행, 공격성, 자해·정체감 등을 평가하는 청소년 자기행동평가척도(K-YSR)에서 총 문제행동척도 점수가 63T 이상으로 비정상적인 정신 병리가 있는 청소년이 13% 이상을 차지했다. 보호자의 권위적이고 적대적인 양육 태도와 보호자의 우울증과 자기 효능감이 원인이었다. 성인과 마찬가지로 가족기능지수가 6점 이하로 가족 기능이 건강하지 못한 환자가 52%를 차지했다.

연구를 이끈 이상암 교수는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뇌전증 환자는 심리적·사회적·경제적으로 크게 위축돼 있으며, 보호자와 가족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일반인과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취업 등의 지원이 시급하다”며 “환자는 자신의 질환을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해 발작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뇌전증으로 진단된 환자의 70% 정도는 약물로 치료하면 발작이 잘 조절돼 발작 없이 지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항전간제’로 불리는 뇌전증 치료제는 1910∼1970년대 사이 주로 만들어진 1세대 약물과 1980년대 이후 만들어진 2·3세대 약물로 나뉘는데 국내에는 2011년 3세대 항전간제 ‘라코사미드’ 제제가 출시됐지만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접근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