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치매 치료 ‘도네페질’ 고용량약 출시 “중증 환자 복용하면 효과 뚜렷”
입력 2013-11-04 17:22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80세인데 비해 건강기대수명은 72.6세이다. 사망하기 전 평균 8년 가까운 기간을 질병을 가지고 사는 셈이다. 이렇듯 노년에 질병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 중에서도 한국인이 주목해야 하는 질환은 ‘치매’이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 진행으로 65세 이상 연령대에서 치매 유병률은 10%에 달하며, 매 20년마다 환자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억력 감퇴가 먼저 나타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국내의 치매 환자 71%가 앓고 있는 대표적인 치매의 유형이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노인성 치매 질환은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이다.
특히 치매는 조기 진단과 초기부터의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높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울러 대개 중증 치매로 진행이 되면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치료를 하지 않는데, 중증 환자에서도 치료를 지속해야만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최소한의 일상생활 영위에 필요한 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치매 치료제 연구진은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하는 ‘도네페질’ 성분을 발견한 뒤 경구용 치매 증상 개선제를 개발해 1996년 미국 FDA에서 승인 받은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서 치매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도네페질은 최근 23mg의 고용량 제제가 출시돼 인지기능이 저하된 중등도에서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인다. 고용량 제제는 기존 제제에 비해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복약 편의성이 높아 고령의 환자 및 중증 환자의 치료에는 특히 도움이 된다. 고용량으로 전환했을 때 오는 경미한 부작용(체중 감소, 설사 등)은 흔히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증상 초기에 담당의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개선될 수 있다.
이처럼 도네페질 고용량 제제의 출시는 지난 20여 년간 사용해 왔던 기존 제제에 비해 높은 용량으로 치료 옵션을 한 단계 확대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필자는 실제 임상에서 치매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전략을 수립해 보다 좋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한다.
치매는 삶에 깃들어 있는 소중한 추억과 나 스스로의 존재감을 갉아먹는 무서운 질환이다. 오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미 발병했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최선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해리 보바스기념병원 신경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