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새 표적치료제 아파티닙… 탁월한 효과 입증”
입력 2013-11-04 17:22
수년간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폐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암 사망자의 22.2%가 폐암 환자이고, 그 수는 무려 1만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폐암은 초기에는 환자가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폐암을 진단받았을 때는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단계로 접어든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이런 이유로 폐암은 치료가 어려운 암 중 하나다.
폐암이 치명적인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2003년부터 폐암세포가 성장하고 증식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특정 변이를 차단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치료의 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초기 치료제들은 특정 변이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억제가 가능하고 내성이 생기기 쉽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표적항암제도 진화해 훨씬 개선된 임상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암도 만성질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 7000명 이상의 폐암 전문 석학들이 참석해 폐암 치료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제15차 세계폐암학회가 지난달 2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다. 이 모임에서 국내 폐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에 해당하는 비소세포폐암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받았다. 비소세포폐암은 대부분 수술이 불가능한 3기 이후에 발견되고 남성 및 흡연자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흡연자나 여성, 젊은 층에서도 비소세포폐암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시드니 세계폐암학회에 참석한 박근칠 성균관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표적항암제는 치료의 표적이 되는 바이오마커를 환자가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폐암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라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대표적인 표적으로 이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은 표적항암제를 통해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암 진단 시 조직 검사와 함께 유전자검사를 받아 바이오마커 유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맞춤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폐암학회에서는 더욱 개선된 임상 결과를 보이는 차세대 폐암 표적치료제의 임상 결과에 전 세계 의료진은 물론 국내 의료진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존 표적항암제가 폐암을 유발하는 여러 경로 중 1개만 차단한다면, 차세대 치료제 아파티닙은 암 세포의 대사와 성장, 전이를 돕는 4개의 핵심 경로를 차단하는 효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신약의 글로벌 임상연구 책임자인 제임스 진신 양 대만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센터 교수는 “현재의 표준 화학항암 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에서 종양이 성장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이 6개월을 조금 넘긴 반면, 차세대 표적치료제인 아파티닙으로 치료한 환자들은 거의 1년 동안 생존했다”며 “이는 아파티닙이 기존 치료제와는 달리 폐암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 군을 모두 차단하고, 수용체 인자에 한 번 달라붙으면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고 강력하게 억제하는 차별화된 작용 기전을 갖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파티닙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국내에서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드니=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