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수능 최고령 응시 77세 이선례 할머니 “60년 늦었지만 대학 갈 생각에 행복”

입력 2013-11-03 18:58

“여대생이 되기까지 60년 가까이 빙 돌아왔지만 행복합니다. 꼭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여생을 남 도우며 살고 싶어요.”

수능을 나흘 앞둔 3일 올 최고령 응시자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졸업반 이선례(77)씨의 목소리에서는 긴장과 자심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악가의 꿈을 키웠지만 11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겨우 초등학교 졸업장만 손에 쥘 수 있었다”며 “늦게나마 공부를 하게 돼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소회를 밝혔다.

늘 ‘학교에 가고 싶다’는 열망을 가져온 이씨에게 배움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1955년 경찰인 남편을 만나 1남3녀를 얻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70년대 초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택시기사 산후조리사 등 생업을 위해 뛰느라 펜을 잡아보지 못했다. 수년간 우울증과 실어증에도 시달렸다. 매일 마포대교에 올라 자살을 기도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 이씨가 다시 학교의 문을 두드린 건 1995년 우연히 라디오에서 일성여자중고교(옛 일성여자상업학교)의 광고를 듣고서였다. 하지만 당시 일성여상은 학력인정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정식 졸업장을 받지는 못했고 14년 뒤(2009년) 일성여자중고교를 다시 찾아 비로소 중·고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었다. 이씨는 “일성여자중고교가 2001년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가 됐으니 다시 학교에 다녀보라는 교사 권유로 등록했고 4년이 흐른 지금 수능까지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미 수시전형으로 호서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상태다. 그는 “이미 대학에 합격했지만 그간 열심히 공부한 만큼 수능시험은 꼭 볼 생각”이라며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필기를 잘해 두는 게 나의 공부 비법이었던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앞으로 나처럼 뒤늦게 배움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번 수능 응시생들은 제때 배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좋은 성적 거둬 다들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