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힐라리온 러시아정교회 대주교, “WCC가 동성애문제 등에 세상과 같은 목소리 내면 안돼”

입력 2013-11-03 18:53 수정 2013-11-03 22:32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동성애 문제와 종교다원주의 등에 대한 확고한 신학적 입장 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총회장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정교회 힐라리온 대주교는 지난 1일 부산 벡스코 비즈니스홀에서 진행된 WCC 부산총회 ‘일치 문서’ 채택을 위한 회무 시간에 ‘동성애에 따른 차별은 반대하지만, 교회가 동성결혼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힐라리온 대주교는 “오늘날 가족과 결혼에 관한 전통 관념이 파괴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기독교 국가인 나라들에서 기독교적 결혼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가들은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동성결혼은) 하나님의 계시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성애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에 대해 반대하지만, 성경은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 자녀를 낳는 것 이외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만일 기독교 공동체에서 이런 전통을 부정한다면 우리는 결국 매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라리온 대주교는 급진적인 이슬람 세력의 의한 기독교 핍박에 맞서 WCC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일반 이슬람과 급진적 이슬람은 다르다고 전제한 뒤, “전 세계에서 100만 정도의 기독교인이 종교 때문에 박해를 받고 있으며, 거의 5분에 한 명씩 종교를 이유로 희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 북아프리카, 파키스탄 등에서 이같은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박해받고 있는 형제와 자매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해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신대신대원 양낙흥(교회사) 교수는 ‘WCC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한국교회의 대응방안’이라는 글에서 “1990년 발표된 WCC의 바르 선언은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르 선언이 근거로 제시한 사도행전 14장 17절이 과연 타종교나 비기독교인들 속에 있는 구원의 가능성을 함의하는 것인지는 심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WCC는 어떤 문서에서는 전통적인 기독교 입장을 지지하지만 타 종교와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부터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공논란에 대해서는 “WCC가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데올로기 문제에서는 중립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교회의 사회책임 강조, 복음주의 이원론을 보완하는 WCC 선교신학 등은 장점으로 인정했다. 교회일치와 관련해서도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성서대 김승호 교수도 “부산총회가 역대 WCC 총회에서 제기된 많은 신학적 오해와 의구심을 해소시키며 성경적 신앙과 신학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쌓인 WCC의 신학과 실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섭리의 하나님께서 10차 총회를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한국교회가 있는 땅에서 개최하게 하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김지방 신상목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