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하 있음에… 여자농구 중국 거푸 격파

입력 2013-11-03 18:46

압박 수비와 스피드 그리고 외곽포를 앞세운 한국형 농구가 ‘만리장성’을 또 넘었다. 위성우(우리은행)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6일째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71대 66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로써 대회 상위 3개 나라에 주는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앞서 유재학(모비스)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 대표팀도 지난 8월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중국을 63대 59로 격파했었다.

한국 남녀 농구가 나란히 아시아 최강인 중국을 꺾은 비결은 독특한 전술이다. 유 감독은 당시 올코트 프레싱으로 2m가 넘는 장신 선수가 7명이나 포진한 중국을 50점대 득점으로 묶는 수비 농구로 승리를 따냈다. 높이 싸움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유 감독은 빠른 발을 가진 가드와 체력이 좋은 대학생들을 대거 발탁해 3위에 오르며 16년 만에 월드컵대회 출전권을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위 감독도 비슷한 전술로 중국을 제압했다. 중국은 높이를 앞세워 리바운드 싸움에서 앞서며 쉽게 경기를 풀어 갔다. 한국은 3쿼터 중반까지 9점 차로 끌려갔다. 한국형 농구가 빛을 발한 건 4쿼터부터였다. 한국은 전면 압박수비를 펼치면서 점수 차를 좁히더니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막판 ‘악바리’ 변연하의 투혼이 돋보였다. 변연하는 65-64로 불안한 리드를 잡고 있던 경기 종료 1분 4초 전 오른쪽 측면에서 깨끗한 3점포를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변연하는 22점(3점슛 4개 포함)을 쓸어담았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13대 30으로 뒤졌지만 3점슛에서 8대 1의 우위를 보였다.

위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키가 작기 때문에 스피드와 수비로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