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방문해 후원아동 만난 권희원 장로 “끼니 거르는 일이 다반사 이들을 섬기는 것은 당연”

입력 2013-11-03 18:38


지난달 22일 인도 뭄바이의 슬럼가 ‘자이산투쉬마타’. 곳곳에 널려 있는 쓰레기와 동물의 배설물 탓에 악취가 진동했고,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언덕을 오르는 권희원(59·전북 장수 산서교회) 장로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권 장로는 최근 월드비전 전북지부를 통해 결연한 후원아동 바지드(3·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골목골목을 지나 도착한 바지드의 집 안은 사우나처럼 더웠다. 바지드와 엄마, 오빠는 아빠가 식료품점 점원으로 일해서 받는 월급 약 2000루피(4만6800원)로 생활한다. 끼니를 거르는 일은 다반사다. 권 장로는 준비해온 옷과 과자 등을 전해주며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 두려운 듯 엄마 품에 숨어 있던 바지드는 권 장로가 장난감 피리를 불고 우스꽝스런 춤을 추며 다가가자 이내 웃음을 보였다. 권 장로는 “결연을 맺은 어린이들을 만날 때마다 어린 생명이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직접 목격하게 돼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 장로는 바지드의 손을 잡고 기도한 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권 장로는 1994년 ‘월간 신앙계’에서 월드비전(당시 선명회)의 아동후원 사업을 소개한 글을 읽고 결연을 결심했다. 권 장로는 “크리스천으로서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은 줄곧 해왔지만 당시에는 방법을 몰랐다”며 “월드비전을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가난한 어린이를 돕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 장로는 처음 결연을 맺은 베트남 어린이 1명과 국내 어린이 1명을 포함, 올해까지 19년간 8명의 국내외 어린이를 후원했다.

보험설계사로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권 장로는 수입이 줄면 후원에 차질이 생길까봐 매달 빈병 800∼900개를 모아서 판매한 돈으로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권 장로는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겼던 아내와 세 아들, 이웃들도 이제는 좋은 일에 쓰이는 줄 알기 때문에 빈병 모으기를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어린이들은 예수님의 형상이니 배고프고 헐벗은 그들을 섬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나님께서 온전한 정신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건강을 허락하시는 한 후원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뭄바이=글·사진 이사야 기자